반면 신한·하나 손해보험은 순손실 기록
"대형 손해보험사일수록 수혜 크게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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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된 보험사 실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첫 타자로 나선 가운데 중소형 보험사를 보유한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의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아쉽다는 평가다. 특히 신한은 KB와 리딩 금융지주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대형 손보사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2538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IFRS17이 적용되면서 작년 같은 시기보다 25.7% 늘어난 수준이다. KB라이프생명도 푸르덴셜과 합병 효과로 호실적을 거뒀다.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603% 증가한 973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지주 보험계열사에선 손해보험은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생명보험 홀로 선방했다. 신한금융 계열인 신한라이프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33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시기 대비 순이익이 3.5% 감소했지만 생명보험업계의 나빠진 업황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작년 6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한 신한EZ손해보험은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보험계열사는 모두 적자를 냈다.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은 각각 20억원, 8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이 늘어났는데 이는 장기 보장성 인보험 판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IFRS17 도입 이후 첫 보험사 성적표라는 점에서 금융 계열 보험사들의 실적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 아래에선 그간 원가로 평가됐던 보험부채가 시가평가되고 보험계약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매년 나눠서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도입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 결과 KB손해보험 이익이 대폭 상승하며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중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K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CSM은 8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 증가했다. CSM 증가에 유리한 장기인보험 중심 경영 전략이 유효했단 설명이다.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기여도가 증가하면서 이번 컨퍼런스 콜(IR)에서 이전과 달리 많은 질문을 받았다.
대형 손해보험사일수록 CSM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MS은 보험계약의 미래 수익을 계산해 이를 현재가치로 평가한 금액을 의미하는데 보험의 기간이 길고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적을수록 규모가 커진다. 대형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가 많아 이들의 기대수익 증가 폭도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사업 확장에 힘써야 할 중소형 손보사는 당분간 마케팅 및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단 관측이다. IFRS17 도입으로 CSM이 중요해지면서 보험업계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운전자보험에서 보장하는 변호산 선임 비용을 최대 1억원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상품을 내놓기도 했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과당경쟁으로 보고 제동에 나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 보험에 대한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이다. CSM을 높이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형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대형사들이 훨씬 유리한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의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손해보험은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된 대형보험사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사업을 이제 확장 중인 신한EZ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의 성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