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완성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 내렸다는 평가 나와
비상장사 '이머니' 통해 이미 지분 승계는 완료
"대주주 적격성 평가 등 대비해 사퇴하고 지분 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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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전격적인 사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조 단위 주가조작 사태와의 연루는 한사코 부정하면서도, 여론이 김 회장을 겨누자 전격적으로 사퇴와 600억원 전액 사회환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화려하게, 필요 이상 저자세였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금융권에서는 '승계의 완성'을 위해 김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그룹 자원을 활용해 '이머니'라는 비상장사를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키워냈는데, 편법에 가까웠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키움증권을 초대형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만들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본인에 대한 의혹들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승계 과정에서의 허물을 본인의 회장 사퇴로 안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시가총액 6000억원 규모의 다우데이타다. 2006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며 다우데이타를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만들었다. 그룹은 다우데이타를 통해 다우기술ㆍ사람인HR 등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우기술은 그룹 자산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 키움증권의 모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다우키움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완료됐다. 이머니라는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했다.
이머니는 2003년 다우인터넷의 금융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2009년 김 회장이 지분 전량을 사들인 후, 50%를 회사에 무상증여하고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이 시기 김 회장의 자녀들이 이머니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증자 금액은 2억5000만원이었다.
현재 이머니의 최대주주는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33%를 보유하고 있다. 장녀인 김진현씨와 차녀인 김진이 키움자산운용 상무도 6%가량을 보유 중이다. 나머지 55%는 의결권 없는 자사주다. 2010년 증자 이후 이들 오너 일가는 감자와 배당으로 50억원가량을 받아갔다. 추가적인 자본 투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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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니는 별도기준 매출액 100억원 안팎에 영업이익률이 30~40%에 달하는 알짜 계열사다. 이익의 비결은 내부거래였다. 지난해 별도재무재표 기준 106억원의 매출 중 52억여원이 그룹으로부터 나왔다. 관계회사인 다우데이타향(向) 매출이 36억원, 금융계열사인 키움증권이 10억원 등이다.
이렇게 영업으로 쌓인 현금에 계열사 보증 차입, 보유 계열사 지분 그룹 내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한 뒤, 이를 모두 다우데이타 지분 매입에 활용했다. 2009년 7.8%였던 이머니의 다우데이타 지분율은 현재 31%까지 커졌다.
본격적인 지분 매집은 2020년부터 이뤄졌다. 2020년 3월 김 회장이 지분 5.16%를 이머니에 장외매도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머니는 이 거래가 있은 뒤 한달 후 보유 중이던 계열사 키움이엔에스 지분을 다우기술에 매각하며 현금 96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도 같은 달 김 회장으로부터 다우데이타 지분 99억원어치를 매입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이머니는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가 됐고, 41%에 달했던 지분율을 26.6%로 낮춘 김 회장은 2대 주주로 내려왔다. 현재까지 금융권에서 추정하는 바에만 따르면, 김동준 대표는 2010년 이머니에 투입한 2억원 안팎의 자금과 이후 김 회장과의 가족간 지분 거래를 통해 시가총액 6000억원의 다우데이타와 2조4000억원의 키움증권의 최대주주가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우키움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게 2019년의 일이라 이전의 내부거래나 지분 정리 등은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밖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며 "편법에 가까운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졌고, 김 회장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들어간 이상 이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다우데이타 지분을 3남매에게 직접 증여하기도 했다. 당시 증여한 주식은 총 200만주로, 시가로 280억여원 규모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증여세 규모는 대략 150억원 안팎이다. 이 증여세를 4년간 매년 40억여원씩 연부연납하기로 했는데,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지분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증여세 재원을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한 김 회장이 주가조작 사태와 맞물려 사정당국의 주목을 끌고 있는 건, 결국 다우키움그룹의 핵심 리스크 요소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 초대형IB 라이선스다. 키움증권은 그간 배당을 최소화하며 이익잉여금을 모아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충족시켰고, 연내 라이선스를 신청할 예정이었다.
초대형IB 라이선스 발급 과정에서 키움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김 회장이 다우키움그룹의 총수(동일인)으로 등록돼있어 김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자가 된다. 김 회장이 시세조종, 편법승계 등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음이 확인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는 어려워진다. 그룹 핵심 계열사 키움증권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김 회장의 증여세 소요 재원은 현재 최대 150억원 안팎인데, 왜 600억원어치나 지분을 매도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아직 남아있다"며 "지분을 한꺼번에 3% 가까이 줄이려 한 것이나 회장직을 미련없이 던진 것 등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의혹이 큰 문제 없이 지나간다 해도,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 이슈는 아직 남아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2세 리스크'가 거론된다. 김익래 회장 본인은 한국 벤처 1세대로 벤처기업을 창업해 굵직한 중견 기업으로 키워냈다.
반면 지분 승계 완료로 사실상 새 오너가 된 1984년생 장남 김동준 대표는 아직까지 검증이 덜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룹 내에서 벤처캐피탈과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을 맡고 있는데, 실적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김 대표가 직접 맡고 있는 키움인베스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02억여원으로 전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유동성이 넘치는 틈을 타 2021년 10월, 2022년 12월에 각각 1400억여원 규모로 결성한 뉴히어로 4호와 5호의 투자 성과가 명확해져야 김 대표의 입지 역시 단단해질 수 있을 거란 평가다.
김 대표와 함께 이머니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진아 키움자산운용 상무 역시 2020년 환매가 중지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책임운용역이었다. 해당 펀드는 2020년 10월과 2023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투자금을 상환했으나, 아직도 180억여원 정도의 자금이 묶여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