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장(場)이 된 시장(市場)…바빠도 너무 바쁜 검찰
입력 2023.05.10 07:00
    취재노트
    • 금융 사건이 많아도 너무 많다. '사기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가보다. 한국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금융범죄의 장(場)이다. 가장 바쁜건 검찰이다. 특히나 지난해 5월 재출범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더 이상 새로운 사건을 맡을 여력이 없을 정도다.

      합수단 재출범 이후 1호 사건인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관 받은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기 사건에 이어 지금 가장 뜨거운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까지 맡게 됐다. 특히나 이 사안은 검찰총장이 직접 "주가조작 가담자를 색출, 엄정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외에도 처리해야 할 사건이 즐비하다. 

      에코프로 전현직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올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우 허위 공시로 부당이익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또 코로나 진단키트 주가 조작으로 PHC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고, 코스닥 상장 기업을 인수합병한 뒤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혐의로 조광ILI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KH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고, 유화증권 상속세 회피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합수단 외에도 각 지검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아난티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당시 투자사업을 심사했던 현직 삼성생명 대표를 소환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법 수수료 의혹과 관련해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동부지검은 또 부동산 내부 정보를 흘려 159억원을 빼돌린 자산운용사 임원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지방 검찰들도 바쁘다. 부산지검은 인기 종목의 장외주식을 상장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속여 높은 가격에 팔아 투자자들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힌 불법 다단계 영업조직을 적발했고, 전주지방검찰청은 태양광발전소 공사비를 부풀려 부당 대출을 챙긴 시공업자와 발전사업자들을 기소했다.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수록 일각에선 '검찰공화국'이라고 지칭하긴 하지만, 그만큼 들여다봐야 할 각종 사기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기장이 된 시장을 금융감독당국이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감시 주체가 검찰이 된 게 현실이다. 금융범죄 수사에 가장 바쁜 검찰, 이게 한국 금융시장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