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 네이버웹툰, "韓 상장이 외려 납득 안될 것"
카카오엔터는 세금 등 미국행 '득실' 따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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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성장을 보이면서 한국 콘텐츠 기업의 미국 증시 입성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미국 자회사 아래로 웹툰 계열사를 수직계열화 하는 작업에 나섰는데, 미국 법인의 경우 나스닥 상장이 '최선'의 선택지로 거론된다. 반 한국 법인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미국 상장 시 세금 이슈 등 '득실'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4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성장했다. 해당 부문에서 네이버웹툰의 매출은 115% 늘어났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변경된 회계처리 효과를 제외하고도 43% 늘어 웹툰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다. 웹툰 부문 손실은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억원이 줄었다.
네이버 측은 웹툰 글로벌 사업이 목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한국 웹툰의 IP(지식재산권)에 대한 글로벌 OTT 등 콘텐츠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시장 확대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네이버 측은 연말 네이버웹툰의 흑자전환이 이뤄지면 내년 북미 증시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네이버웹툰 미국 나스닥 상장 목표를 일찍부터 선언해왔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지만 최근 “2~3년 내 상장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장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상장을 노리기 앞서 지배구조 정리 작업도 들어갔다. 최근 네이버는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 웹툰엔터)에 북미 웹소설 자회사인 왓패드 지분 전량을 넘겼다. 웹툰엔터가 웹툰 관련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구조로 수직 계열화했다. 미국 상장 추진 전 몸집을 키우는 작업이란 분석이다.
미국 상장을 위해서는 상장하려는 해당 법인이 어디 소재인지가 가장 핵심이다. 쿠팡이 그랬듯 주요 사업처가 한국이어도 일단 ‘법인 소재지’가 미국이면 훨씬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법인인 네이버가 웹툰 엔터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모회사가 한국 법인인 것과 별개로 미국 법인이고 사업도 글로벌로 하고 있어 크게 걸림돌이 될 건 없단 평이다.
무엇보다 ‘웹툰’ 사업은 한국 기업들이 ‘원조’이자 글로벌 1위다. 가장 큰 미국 증시를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단 평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넓혔고 미국 증시 상장사와 한국 증시 상장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값 자체가 달라 자금 유치 면에서 투자자 풀(pool)의 차이도 크게 날 수밖에 없다. 과거 쿠팡은 나스닥 상장 당시 시장 상황도 좋았지만 투자자들에게 역으로 “왜 우리가 투자를 받아야하는지 설득해달라”고 할 만큼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장을 노리려면 법인이 미국인지 여부와 ‘왜 미국을 가야하는지’ 당위성이 가장 중요한데, 미국 법인인 네이버웹툰의 경우 한국 상장을 하려면 오히려 ‘왜 코스피를 가야 하나’를 주주들에게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미국 증시 입성을 위해선 질적·양적 조건, 회사가 원하는 밸류에이션과 시장과의 눈높이 맞추기 등 넘어야 할 허들은 많지만 경영자로선 나스닥이 1순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도 올해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다시금 상장 기대감이 올랐다. 해당 투자는 국내 콘텐츠 기업이 해외 투자를 유치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카카오 측은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후 카카오엔터는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금 유치, 대규모 M&A를 마친 카카오엔터가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도 과거 나스닥 상장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내부에서도 국내 및 해외 상장 선택지를 열어두고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SM엔터 인수에 카카오 측이 절실했던 이유도 SM엔터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의 IP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카카오엔터의 경우 나스닥 상장은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 기업의 미국 상장은 조건의 까다로움도 있지만 가장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건 세금 이슈다. 미국 상장 및 유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 세금 이슈 등을 따져봤을 때 상장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포기하는 곳들이 적지 않았다. 나스닥 상장을 외치던 마켓컬리도 미국 상장 비용과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절차 등 현실적인 벽을 고려해 2021년 국내 상장으로 선회했던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국도 코로나 이후 아직 IPO 시장이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니고, 향후 시장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하니 한국보다 상장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카카오엔터는 미국 시장에서도 납득할 만한 체력을 갖춘 뒤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