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안 했나…부동산 부정거래 의혹 일파만파
입력 2023.05.12 07:00
    삼성생명-아난티 거래 수사망 넓히는 검찰
    국내 1위 생보사인데...내부통제 작동 의문
    "당시 부동산사업부는 폐쇄적이고 특이한 조직"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제대로 검증했나 회의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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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대표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이 검찰 수사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2009년 리조트업체 아난티와 했던 부동산 거래에서 '뒷돈'이 오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전영묵 사장까지 소환된 상황이다. 업계 파장이 커지면서 삼성생명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선도 제기된다.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아난티의 회계감리 중 허위 공시 정황을 발견한 데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후 검찰이 아난티와 삼성생명 간 수상한 부동산 거래 정황을 포착,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아난티는  지난 2009년 6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500억원 상당의 부지와 건물을 삼성생명에 약 1000억원 가량에 되팔았다. 매입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검찰은 아난티와 삼성생명 임직원 간 뒷돈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사업부 부장 이모씨와 아난티 사이에서 수억원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아난티가 부지와 건물을 매각한 4년 뒤인 2013년에 이모씨에게 수억원을 건넸다고 알려진다. 당시는 이모씨가 회사를 퇴직한 1년 뒤다.

      부동산사업부 팀장 출신 황모씨가 이 거래를 주선한 것으로 파악된다. 황모씨는 2007년까지 삼성생명에 근무하고 퇴사한 뒤 개인적으로 거래를 알선했다. 황모씨의 부하직원이었던 서모씨는 삼성생명에 근무하면서 실물 매입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당시 거래를 검증했던 투자심의위원회 위원들까지 넓어지면서 업계에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당시 투자심의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었던 전영묵 사장 등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검찰은 전 사장 등 투자심의위원 9명이 부실하게 검증을 한 탓에 이상 거래가 발생한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삼성생명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로 경쟁사 대비 엄격한 준법감시 문화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전 대표인 구모씨를 포함해 당시 투자심의위원들이 연이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파장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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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삼성생명의 부동산사업부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된다. 전ㆍ현직 관계자들은 부동산사업부에 대해 '특이하고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수의 사옥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은 이를 관리할 별도의 조직이 필요했다. 이를 맡은 조직이 부동산사업부다. 이 사업부는 재건축 등 이슈에서 용지를 직접 매입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시행사'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일반 투자 부서와 성격이 달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투자 검증이 만만치 않았을 거란 지적이다.

      자산운용부에서도 부동산사업부는 사실상 별개의 조직처럼 움직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사업부는 한때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됐다. 삼성생명의 2008년 사업보고서(2008년04월~2009년03월)에 따르면 부동산사업부는 자산운용본부였으나 그다음 해에 분리됐다. 2009년 12월 자산운용부문 사장이 부임하자 직속 부서로 분리된 것인데 여타 다른 부서와 성격이 달랐다는 방증이란 해석이다.  인력 순환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폐쇄적 조직이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삼성생명이 부동산자산을 정리하면서 부동산사업부는 이후 자산운용부 소속으로 다시 재편됐다.

      삼성생명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삼성생명의 부동산사업부는 특이한 조직이었다. 실물을 매입하고 공사를 주도하는 등 보험사 투자부서보단 시행사에 가까웠다"라며 "해당 부서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것은 전문성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투심위에서 통과되는 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영묵 사장이 법적 책임을 질지 여부는 현 시점에서 예단할 순 없지만, 전 임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정황은 일부 확인되고 있다. 고객 자금의 선량한 관리자여야 할 보험사가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특별한 회사 입장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