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규모 4년 동안 80% 늘었는데…수익률은 1~2%대
금융사 "리그테이블 만들자"…헷징 방식 우려 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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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과 금융 기업들이 퇴직연금제도 활성화를 위해 운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확대하고, 일시금 지급이 아닌 연금 형태로 인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퇴직연금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정부는 후속 과제로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을 확대하고, 퇴직연금이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인출돼 국민의 노후 안전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올해 상반기 내 구체적인 퇴직연금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개선안에는 세제 혜택을 비롯해 투자 가능 자산 및 적립금 운용수단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퇴직연금 운용 과정에서 분산된 위험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감독 규정 및 시행령에 (투자) 가능한 것들을 나열식으로 열거해놓은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매년 10~20%씩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말 기준 300조원을 돌파하면서 4년 만에 80% 가량 성장했다. 가입자 1인당 적립금도 약 5000만원 수준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당국과 KBㆍNHㆍ삼성 등 금융 사업자들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직연금으로 금융사들이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 동안 1~2%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KBㆍ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은 “퇴직연금 규모는 수익률 문제와 이어진다”며 “공적연금은 오랜 기간 운용되며 연간 5% 이상의 수익 꾸준히 내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도 “금융사들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운용 사업자에 대한 공시와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며 “퇴직연금 운용 내역에 대해 회사들이 공시를 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이해하긴 쉽지 않다. 공시 내역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하고, 누가 수익률 1등인지 그 순서(리그테이블)를 명확하게 발표할 수 있도록 강한 채찍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금 보장형이 아닌 투자 상품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도 제기됐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퇴직연금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에 대해선 긍정적이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형태의 상품을 과연 어떤 식으로 헷징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을 비롯해 ▲한동환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장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 ▲손재형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