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여신한도 거의 소진…수은도 관리 나서
회사채·RCPS 활용 가능성 거론, M&A 축소 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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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지난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크게 늘린 결과, 여신한도 소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부 은행들에선 여신비율을 조절하고자 SK그룹 대출 수요에 적극 응하지 않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향후 투자여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인 만큼, SK그룹이 조달책을 달리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달 초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기업들의 재무 현황을 살피면서 SK그룹의 재무안정성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SK하이닉스의 지속되는 적자와 재고수준, 미중 무역갈등 관련 리스크를 거론했고, SK온의 투자부담 관리 양상에 따른 신용도 변화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간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우려했던 부분들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들이다.
이에 SK그룹은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에게 향후 성장보단 재무안정성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입금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일단 주요 은행의 그룹별 여신한도가 거의 소진한 상태로 파악된다.
일례로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의 경우 설비투자(CAPEX) 집행 계획이 있던 반도체, 배터리 등 관련 계열사에 꾸준히 대출을 집행해줬다. 올해말 기준 SK그룹의 대출잔액은 수은의 자기자본 대비 39%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환율 변동 폭을 감안하면 40%를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은은 수은법 시행령에 따라 급격한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해 특정 그룹사에 대한 대출 한도를 자기자본의 4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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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은행 차입 규모를 2배 정도 늘렸다. 배터리, 반도체 등 주력 사업 육성 목적의 투자를 늘린 여파다.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계열사(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C, SKT, SK바이오팜, SK에코플랜트 등)의 연결 기준 은행 대출 잔액은 최소 25조7500억원 수준으로 1년 만에 95%가량 증가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배터리)과 SK하이닉스(반도체)의 차입 규모 증가폭은 더 크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요 기업들은 채권발행 대신 은행 차입을 택해왔다. 지난 4월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4월 87조6000억원대에서 114조6700억원대로 늘었다. 이에 주요 은행 여신 담당 부서에서는 "여신 영업을 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독 SK그룹의 차입 규모는 줄지 않다보니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 기업금융(IB)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자금조달을 위해 주요 은행 창구를 찾아가면, 첫 마디가 'SK그룹은 제외하고 제안해달라'다. SK그룹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찼기 때문으로 파악된다"라며 "그간의 대출 잔액도 리파이낸싱(차환)을 주로 하고 있으니 규모가 줄지 않고 있어 추가 대출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SK그룹의 향후 자금조달 마련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라는 진단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연초 일부 되살아난 회사채 분위기를 활용해 사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각 계열사마다 기업 규모가 작지 않은 까닭에 회사채 발행만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만큼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그간 발행한 사채 규모도 적지 않다. 기업 여신 담당 투자은행(IB)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 전 계열사가 그간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40조원 수준에 달한다. 모든 신용평가사들이 재무건전성 관리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3분기까지 발행한 사채 잔액이 50조원 수준이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RCPS는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하거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가 있는 주식이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지분율 희석도 막고 투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SK에코플랜트, SK E&S, SK넥실리스 등 여러 계열사들이 RCPS 발행을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해왔다.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상환 압력이 커질 우려가 없지는 않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상황인데 일부 SK계열사는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히면서 눈총을 받았다. 대표적인 곳이 SKC로 꼽힌다.
SKC는 지난해 말 필름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 1.2조원 수준의 현금 여력도 확보한 후 2차전지 소재 관련 M&A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이 돈을 동박 관련 손자회사인 SK넥실리스의 북미 공장 증설에 우선 투입,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토록 하는 등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공장 증설에 최소 7500억원가량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SKC는 이달 초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고 후보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며 "M&A 자금도 대비해야하는 상황인데, 현재 보유한 현금과 유동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재무안정성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면 추가 M&A를 알아보기 보단 당장 필요한 투자처에 적절히 재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