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넘은 현대차…테슬라도 추월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5.16 07:00
    토요타 영업익 전망치 뛰어 넘은 현대차
    기아는 테슬라 이익률도 추월
    환율에 따른 일회성 효과?
    전기차 시대 내연기관 격차 더 벌어질 수도
    명실상부 1위 테슬라, 현대차와 中기업 각축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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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23년 재계에서 주목도가 가장 높은 곳은 단연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상장사 1위를 기록했는데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구도는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내연기관 시대 명실상부한 판매 1위 토요타(TOYOTA)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다음 목표는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하는 테슬라(TESLA)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아직까지 한 수 아래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꼭 넘지 못할 산 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토요타의 영업이익 약 5조1400억원(약5094억엔)을 넘을 수 있단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이 원화가 약세인 우호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은 만큼 토요타 또한 엔저의 영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해도 토요타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익률을 따지자면 현대차그룹의 합산 이익률이 약 10.5%, 테슬라(약 11%)를 제외한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2020년도 3% 대에 불과하던 기아(KIA)의 영업이익률은 12%를 넘기며 테슬라의 이익률을 웃돌았다.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율의 영향, 지속적인 차량 가격 인하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수치라는 점은 고려해야한다.

      물론 최근의 실적만으로 현대차가 축포를 터트리기는 이르다. 내연기관의 종식, 전기차·자율주행차량이 결합한 미래차 시대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내연기관 시대 왕좌에 있던 완성차 메이커들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은 현대차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테슬라가 사실상 장악한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존재감은 미미한게 사실이다. 현재의 점유율을 떠나서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봐도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토요타의 전기차 전략은 다른 기업들과 결이 다르다. 사실상 내연기관 차량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평가 받는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인데, 토요타가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BEV)를 선보인 건 2022년으로 이미 현대차가 아이오닉6를 출시한지 1년이 늦은 시점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초 토요타가 밝힌 새로운 경영 방침은 2026년 새 플랫폼을 도입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차종을 대거 쏟아내겠단 것이었다.

      토요타가 배터리의 기술력, 어느 완성차 기업보다 뛰어난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전기차 시대에서 앞서가지 못하는 것은 하이브리드의 성공 신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란 냉정한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주행거리 200km를 목표로 하는 PHEV의 모델의 발표가 혁신으로 비쳐질 수는 있지만, 사실 순수 전기차보단 당장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토요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바겐도 역시 테슬라에 치어 아성이 무너진지 오래다. 현재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중이지만 자국 브랜드가 매섭게 성장하는 있는 중국 시장에서 위상을 지켜내긴 쉽지 않다는 불안감이 옅보인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맞은 위기를 현대차는 피할 수 있었던 전화위복 (轉禍爲福)의 계기가 있었다

      토요타에 비견할만한 경직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전기차 기조로 전환할 수 있었던데는 현대차의 '세타2 GDi 엔진 결함'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현대차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시장은 2017년 한국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둘러싼 갈등을 시작으로 꺾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현상유지가 목표인 시장이 됐다. 폭스바겐과는 달리 중국시장의 성패가 더이상 현대차의 실적과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른 거점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론 결코 넘기 쉽지 않은 테슬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변혁기를 맞아 무엇보다 선점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을 부추키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완성차 업체들 일부는 도태의 기로에 서있기도 하다. 가격 경쟁이 심화할수록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 전기차가 자동차 사업의 시작점인 테슬라의 강점은 명확하다.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량의 컨셉과 생산 방식,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에 방점이 찍힌 개발 과정 등 전기차에 특화해서 출발한 선점 효과는 그 어떤 완성차 업체도 따라갈 수 없는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재개발을 하고 있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차량 판매는 상수로 두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은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보다 수 년 이상 앞선 전략이기도 하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비롯해 구독경제를 통한 수익성 확보는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SDV)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에 비견할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단점은 테슬라와 현대차의 공통점이다. 테슬라는 모터와 OS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대부분 내재화한 상태로 평가 받고있다. 현대차 또한 반도체, 배터리 영역까지 사업 영역의 확장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생산망이 보다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은 현대차의 테슬라를 위협할만한 강점이다.

      테슬라의 독주를 따라잡는 동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 기업의 성장이다. 내수만으로도 괄목할만한 성장이 가능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현대차가 갖지 못한, 또는 앞으로도 가질 수 없을지 모르는 최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자율주행 시장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국 현지 기업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 값 싼 전기차 보급에 동참한다면 현대차의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