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높아지는 증권업계…"실시간으로 사태 커져서 불안"
책임감 피하려는 금융 당국에 野 정치권 가세하자 일파만파
금융권 제재 강화로 이어지나…은행은 "덕분에 한 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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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서 SG증권발(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를 두고 국내 증권사들을 향해 대대적으로 책임을 물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감독원이 사태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CFD 계좌 현황과 관련된 본격적인 검사에 착수하면서다.
증권업계는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의 말만 믿고 CFD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6개월 전 감독당국과 정치권이 몰두했던 ‘은행 때리기’가 ‘증권사 때리기’로 옮겨졌다는 푸념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 책임론'을 피해가려는 당국과 ‘김남국 코인 의혹’에 쏠린 관심을 돌려야하는 야당 정무위원회 협공(挾攻)으로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키움증권을 향한 금융 당국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키움증권 현장 검사를 시작으로 다른 증권사들까지 ‘도미노 검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및 계열사 키움증권이 CFD 반대매매 정보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특히 이번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CFD 사업을 영위해온 교보ㆍ삼성ㆍ메리츠 등 약 13곳의 증권사들이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금감원은 각 회사에 CFD 거래 잔액과 계좌 내역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ㆍ금감원 공동조사 등을 통해 검찰 합동수사팀 수사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각 증권사에 대한 검사는 이미 들어갔다. 이젠 금융위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CFD) 제도 개선 등 필요사항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주가조작 연루 의혹)ㆍ신한은행(사모펀드 부실 판매 의혹) 등 금융권이 각기 다른 이유로 연이어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흉흉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한숨 돌리고 있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흘러가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임원들이 해외 출장을 나간 상황인데도 매 새벽마다 관련 이슈를 챙기느라 실시간으로 연락할 정도로 곤두서 있다”고 거들었다.
심지어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CFD 계좌 개설 중단에 나섰다. 당국의 눈치를 살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셈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8일 자정 국내와 해외 주식의 CFD 신규 계좌 개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CFD 시장 점유율 1위 교보증권도 지난 4일부터 CFD 비대면 계좌 개설을 일시 중단하고 관련 이벤트도 모두 조기 종료했다. 앞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CFD 사태 초기부터 신규 가입과 계좌 개설을 모두 막았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SG증권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마자 당국이 증권사 CEO들을 소집했는데, 이때 CEO들이 ‘CFD 올 스탑’을 마치 선물처럼 들고 갔다”면서 “CFD를 악용하는 사람이 잘못된 거지, CFD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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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투자자들은 CFD 신용거래를 중개한 증권사를 상대로 단체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CFD 계약시 거래 당사자 본인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황당하다 못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FD 계좌는 일반 투자자들은 개설할 수 없고, 요건을 갖춘 전문 투자자만이 만들 수 있다. 거래 당사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는 비대면 과정 역시 대부분의 금융상품에서 진행된다.
중소형 증권사의 법정대리인을 담당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검찰과 당국 조사에서 모두 밝혀질 것”이라면서도 “CFD가 증권사 영업수익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가 왜 그런(불완전판매) 위험을 감수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가 전반적인 제재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금융당국의 안일한 관리가 이번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CFD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깔려 있다. 금융위가 지난 2019년 개인 전문 투자자 지정 요건을 완화해 피해를 확산시킨 데다, 한국거래소 역시 대성홀딩스ㆍ선광ㆍ삼천리 등 8개 종목의 이상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러니 일종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한 당국으로서는 대신 비난 받을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이고 증권사들이 선택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게이트' 수준으로 연일 확산되는 김남국 의원 60억 코인의혹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고 이에 SG사태가 선택되는 분위기라는 것.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SG사태를 두고 금융 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특히 금융위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여당이 ‘김남국 게이트’로 대동단결하고 있으니 반대 입장에 선 야당은 SG증권 사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 당국의 칼 끝이 은행이 아닌 증권으로 향하게 되면서, 되레 은행업계에선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본의 아니게 사정당국의 칼끝을 피하게 된 은행이 증권사를 오히려 응원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졌다.
은행 관계자는 “대놓고 좋아하긴 눈치가 보이지만 아무래도 덕분에 편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정말 쉽지 않은 사업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우리 대신 힘 좀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업과 증권업을 모두 영위하는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도 그렇고 증권도 그렇고, 이번 정부에서 우리 사업이 전방위적인 정치 공세를 당하고 있다”며 “은행 부문은 금리 인하와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에 이어 CFD 사태로 정부의 시선을 온전히 피하게 돼 다행이지만, 증권 부문은 가뜩이나 주식시장도 힘든데 (규제로) 시장까지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