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 자릿수 금리는 기본"…중소·중견 건설사들 자금 조달 안간힘
입력 2023.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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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건설사들의 위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하겠단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은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건설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에서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주택과 상가의 미분양 확산세는 여전히 뇌관이다. 건설사들과 금융기관의 줄다리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특히 지방 사업장 그리고 잠재 미분양 사업장을 다수 보유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도급순위 20위권의 A건설사는 현재 약 1000억원 규모의 지방 사업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분주하다. 해당 PF사업장은 지방에 위치한 상업시설 용도인데 분양률이 현재 8%에 불과하다.

      만기가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대주단이 만기 연장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지급보증을 선 A건설사가 나서서 해당 채무를 인수할 기관을 찾아나서고 있는데 금융기관의 대출 채권을 할인 없이 매각한다면 사실상 10%를 훌쩍 넘는 금리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 1~2금융권 내에서 단기간 내 초고위험 사업장의 대출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수 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 올해 또 한번 국내 초대형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구한 B건설사 및 모회사는 또 다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주식담보대출, 사업장 담보를 비롯한 방안을 두고 여러 금융기관과 협의중인데 사실상 또 다시 자금 조달을 추진하게 되면 사실상 두 자릿수 금리가 확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 투자자들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불과 반 년만에 수 천억원의 자금을 꾸준히 조달해야할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평가다.

      약 2년 전 대기업 계열사에서 이젠 PEF운용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C건설사의 위기론도 유효하다. 지방사업장이 워낙 많을뿐더러 우발채무가 산적해있어 위태로운 상황으로 평가받으면서 외부 자금조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건설사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도급순위 10위권 내 대형 건설회사들도 지난해말부터 증권사들과 협약을 맺고 자금지원을 받는가하면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수요가 저조한 탓에 회사채 발행을 포기한 초대형 건설사도 있다.

      그래도 증권사들과의 협약이 가능한 건설사들, 장기 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는 곳은 다행이란 평가를 받는다. 금융기관에 제공할 담보의 가치가 있고 그룹사 또는 계열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건설사와 같이 지방 상업시설 미분양 사업장을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하거나, 대출을 신규로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브릿지론의 본PF 연장,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권고하고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정상’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다. 도급순위 20위권에 해당하는 A건설사의 현금흐름은 양호한 편인데 사실 이보다 열위한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분양 사업장이 개별 건설회사마다 1~2곳의 수준이 아니라는 점, 부동산 경기의 활황세가 다시 찾아와 미분양이 모두 해소돼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나아질 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회사들의 지급보증으로 인한 자금 경색뿐 아니라, 사업을 일으킨 시행사들의 부실화가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톱티어급 시행사도 운전자본이 1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서울 내 초고가 오피스텔 사업장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대출 금리 압박은 지속하고 있지만 우량(?)한 대형 건설회사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의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 10%대 이상의 금리, 단기 사채의 돌려막기 속에 건설사 위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