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실적 회복 더딘 CJ CGV 해외법인…"FI들과 상장 시기 협상 중"
입력 2023.05.23 07:00
    1분기 순손실 42억…1년 전보다 늘어
    '2023년 홍콩증시 상장' 요건 못 지킬 듯
    FI들 드래그얼롱 행사 나설까…"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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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 CGV의 해외법인 CGI홀딩스가 실적 개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2배가량 증가한 한국 사업부문에 비해 중국, 인도네시아 지역의 매출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모습이다. 2019년 투자유치 당시 약속한 '2023년 홍콩 증시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상장 기한 연기 등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5일 공시된 CJ CGV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CGI홀딩스는 지난 1분기에만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순손실(1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년 동기 비해서도 25억원가량 손실이 늘었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홍콩 종속회사다.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기업의 지분 28.57%를 3336억원에 인수하던 당시, CGI홀딩스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을 흡수합병하면서 해외 계열 통합의 중심축이 됐다. 시장은 이를 상장을 위한 물밑작업으로 해석했다.

      당시 FI들은 회수 장치를 마련했다. CGI홀딩스는 콜옵션, FI들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권리를 가지기로 했다.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FI들은 CJ CGV(71.4%) 등 최대주주 측에 동반 매도를 요구, 보유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또한 FI들은 2023년까지 CGI홀딩스를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연내 홍콩 증시 상장은 쉽지 않다. 지난해 홍콩증권거래소는 메인보드 시장에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은 상장 전 3년간 최소 8000만홍콩달러(약 136억원) 이상의 누적 이익을 내야 하는 등 30여년만에 강화된 상장 매출 요건을 내걸었다. CGI홀딩스의 지난 2년간의 누적 이익은 마이너스(-)다. 근시일 내 상장하기 위해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익 시현이 필수적인 셈이다.

      CJ CGV 측은 "FI들과 협의를 통해 최적의 상장 시기 등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라며 "연내 상장은 다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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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FI들의 움직임으로 옮겨진다. 엔데믹 덕에 CGI홀딩스의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더라도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업계 내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영화관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마저 치열해진 경쟁에 치킨게임용 비용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지역별 매출 회복세는 국내에 다소 못미친다. 지난 1분기 한국 사업 매출액은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은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는데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25.8%, 53.1%가량 늘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1분기 명절기간이 겹친 효과를 보기도 했다.

      MBK와 미래에셋증권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당시 산정한 기업가치(1조5000억원)를 동일하게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의 중추 회사인 CJ㈜가 해당 물량을 받아줄 것이란 기대감도 크진 않은 분위기다. 연초 신년사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강조한 CJ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의 1분기 성과 부진을 겪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의 1분기 실적이 꺾인 것은 그룹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FI들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CJ그룹은 CJ CGV의 해외법인 지분 인수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현명한지 여부에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FI들이 CGI홀딩스의 상장 기한을 연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IMM PE의 CJ CGV 터키법인(마르스엔터테인먼트) 투자 건이 꼽힌다. 2016년 IMM PE가 마르스엔터에 투자할 당시, 2021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강제매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뒀지만 회수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FI들 입장에서도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회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상장 시점을 뒤로 미루는 안이 최선인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