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까 테마일까...요란한 AI, '아직까진' 빈 수레
입력 2023.05.25 07:00
    취재노트
    '챗GPT' 출시 이후 뜨거운 키워드 된 '생성형 AI'
    관련기업 주가 오르고 사명에 'AI' 붙이기도
    오픈AI 적자 눈덩이ㆍ딥마인드도 인건비에 고전
    "지금 AI란 투자자 현혹하는 테마주 한 갈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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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2일(현지시간) 오전, 한 소셜미디어에 미국 펜타곤(국방부) 인근에 대형 폭발이 발생한 장면이 담긴 사진이 게시됐다. 테러를 우려한 금융시장이 재빠르게 반응하며 S&P지수가 한때 하락 반전하기도 했다. 펜타곤과 소방당국이 즉각 해명에 나서며, 해당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가짜 사진이었음이 밝혀졌다.

      #2. 23일 국내 최대 웹툰 사이트인 네이버웹툰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새로 연재를 시작한 한 웹툰에 '생성형 AI로 제작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AI를 쓰긴 했지만 창작이 아닌, 보정 과정에서 활용했다'고 작가가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핵심 사업군 중 하나에 논란이 불거진데다, 중국에서 네이버의 접속을 차단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네이버 주가는 이틀간 5% 가까이 하락했다.

      AI는 올해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생성형 AI 서비스 '챗지피티'(ChatGPT) 사용자 수는 출시한 지 불과 2개월만에 1억명을 돌파했고, 이후 다시 두 달만에 16억명으로 늘었다.  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메타 등 기라성같은 빅테크들이 AI에 사활을 걸고 있고, 네이버ㆍ카카오 등 국내 주요 테크 기업들도 앞으로 수 년 간 수천억원의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AI 자체는 40년도 더 된 말이다. 지금 새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생성형 AI'다. 컴퓨터가 인간의 일상 언어인 '자연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어로 된 새로운 텍스트나 데이터ㆍ그래픽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생성형 AI'의 핵심이다.

      새로운 AI에 가장 열광하고 있는 곳은 금융시장이다. 

      네덜란드 시장조사기관 딜룸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전 세계 생성형 AI 기업 상위 100곳의 전체 기업가치는 총 480억달러(약 63조원)로, 3년 전에 비해 6배 성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설 중 하나인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는 AI에 대해 1980년대 컴퓨터, 1990년대 인터넷에 비견할만한 '생산성 기적'이며, 이 생산성 기적이 물가를 잡고 미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높일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내에서도 AI는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3월 '마음AI'로 사명을 바꾼 코스닥 상장사 마인즈랩의 주가는 작년 말 저점에서 한때 3배 이상 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AI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월 초 주가가 연중 최고점이었다.

      최근 이차전지 '붐'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며 비어있는 '테마주'의 자리에 AI는 바이오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AI 붐'을 가리켜 '2021년 메타버스 붐'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아직 이렇다 할 수익 모델도, 실생활에 가져온 혁명적인 변화도 없는데 또 '설레발'만 치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액은 2800만달러(약 370억원), 당기순손실은 5억4000만달러(약 7100억원)이었다. 생성형 AI 검색은 일반적인 키워드 검색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AI 학습과 서비스 등에 들어가는 전기료ㆍ서버비용은 올해 2월 기준 하루 약 70만달러(약 10억원)으로 추정되며, 사용자 급증에 따라 올해 운영비용은 최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수익원은 월 20달러를 지불하는 유료 이용자가 전부인데, 사생활 및 기밀 유출 등을 우려해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챗GPT 제재 검토에 나서며 수익화가 점점 쉽지 않아지는 분위기다.

      '알파고'로 유명한 알파벳(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지난해 10월 공시한 2021년 실적에 따르면, 딥마인드의 연간 매출액은 약 13억파운드(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알파벳 그룹 내 B2B(기업간 거래)로 올린 수익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1억파운드(약 1800억원)로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수준인 8%에 그친다. 인건비가 9억7000만파운드(약 1조7000억원)로 매출액의 71%를 차지하는 까닭이다.

      AI 투자 부담은 카카오의 1분기 어닝쇼크에도 영향을 줬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뉴이니셔티브(신사업) 관련 투자액은 전년대비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3000억여원 수준이다. SK증권은 이를 두고 "2분기부터 에스엠(SM엔터)이 연결 반영되지만, AI 관련 비용 증가가 이를 상쇄한다"라며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이익보다 비용부담이 크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는 검색은 물론 자율주행,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 주요 산업 영역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로 누가, 어떤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아직 공백으로 비어있다. 아직 비즈니스적으로 검증된 모델도, 상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운용 책임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메타버스가 눈 앞의 미래라며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까지 바꿨지만, 지금은 아무도 메타버스로 여행을 다니거나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라며 "생성형 AI도 실생활을 바꾸는 영역까지 들어오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에 투자한다면 AI를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는 회사가 아니라 AI를 구동하기 위해 갖춰야하는 연산장치(GPU)나 메모리 제조기업에 투자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런 이유다. 

      오픈AI가 AI 훈련에 활용한 고성능컴퓨팅(HPC) 시스템에는 개당 1만달러(약 1300만원)인 엔비디아의 A100 모듈이 1만개 이상 사용됐다. 최근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에 매수세가 몰리는 배경 중 하나로도 AI가 꼽힌다. DDR6ㆍ그래픽D램 등 차기 고부가가치 상품 시장이 '생성형 AI' 덕분에 빠르게 열리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그나마 국내에서 AI에 앞서있는 네이버조차 기존에 존재하는 AI모델(구글 BERT)에 한국어 데이터베이스를 학습시키는 정도고, 카카오는 이미 유명해진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카카오톡 프로필 꾸미기'에 적용한다는 게 청사진이다"라며 "아직까진 국내에서 'AI'란 개인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테마주의 한 갈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