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계좌 증권사 상대 집단소송…"패소하면 연체이자 14%"
입력 2023.05.25 07:00
    취재노트
    증권사 대상으로 집단소송 참여 모집하는 법무법인들
    소송 준비하는 동안 최대 14%까지 쌓이는 연체이자
    “투자자 변제 방안 고려하지만…소송하면 없던 일”
    법조계도 승소 가능성 낮게 보는데…증권사들은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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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도의적 차원에서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는데, 우리 말은 절대 듣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니 난감합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

      SG증권발 CFD(차액결제거래) 사태로 증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때문만은 아니다. 법무법인의 모집 공고를 보고 집단소송에 뛰어드는 투자자들 때문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가조작에 따른 피해를 주장하는 소송인단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이강ㆍ대건ㆍ원앤파트너스ㆍ한누리 등 다수 법무법인들은 단체소송 모집 공고를 내고 SG증권발 대량매도 피해 신고를 접수 중이다. 

      이중 일부는 주가 조작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라덕연 H투자자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키움증권ㆍ하나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이베스트증권 등 증권사를 특정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의 정병원 대표변호사는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당사자(계좌 소유자)에게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금융 당국이 비대면 계좌 개설 요건을 완화한 것은 맞지만, 이를 신용거래까지 적용해 주식 거래로 인한 피해를 확산시킨 책임은 증권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다면 연체 이자가 붙어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CFD 거래 수수료는 0.015~0.5%에 불과하지만, 연체에 따른 연이자는 9.7~14% 수준이다. 일반 신용융자 이자가 평균 4%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연체료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이 연체이자는 고스란히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의 또 다른 '빚'으로 확정된다.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개인당 최소 3억원대부터 수백억원으로 알려졌다. CFD가 원금의 최대 2.5배만큼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최고 이율이 산정되면 부채가 빠르게 증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증권사들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끼리 모여 분할 납부를 허락하거나 연체 이자 일부를 변제해주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지만, 집단소송을 불사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개별 투자자들과 분할 납입 및 일정 기간 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키움증권 역시 10% 이상만 상환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분할 납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는 투자자 상황에 따라 10% 내외의 이자를 변제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까지 증권사를 상대로 접수된 소송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집단소송 절차에 들어설 경우, 위의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송 진행 중 붙은 연체이자는 가감없이 그대로 받고, 제 때 내지 못할 경우 차압이라는 게 회사 기조”라고 강조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전문 투자자들과는 개별 협의가 원칙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이슈로 진행 상황을 공개할 수 없지만, 집단소송을 언급하며 납부가 지연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집단소송의 승소 가능성마저 희박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손실액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측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면 전례가 없기 때문에 (CFD 피해자들이)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현행 제도 개선, 즉 투자의 회색지대를 밝히려는 의의를 봐 달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넓게 보면 외국계 증권사(SG증권)와 채무자 사이에 국내 증권사가 끼어 있는 관계”라며 “투자자들은 명백히 증권사에게 채무를 지고 있는데, 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