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측 협상력 낮을 듯…염가에 콘텐츠 사업 강화할까
"왓챠의 여전한 손실·말라가는 현금고는 부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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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재무적투자자(FI)에게 "4월까지 매각 절차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던 왓챠. 약속한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왓챠의 유일한 매수자 후보로 남은 LG유플러스는 확실한 가격 협상권을 쥐게 됐다. 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망주로 떠올랐던 왓챠의 기업가치는 한없이 추락한 상태다. 지난해 실적도 마이너스(-)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 예산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다만 염가에 인수하더라도, 이어질 자금 투입 부담을 감당하는 것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듯 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차례 인수 의사를 번복한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를 재검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투자 유치 전 기업가치(프리밸류)를 낮추는 안을 두고 왓챠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다른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롯데그룹은 투자 의사를 철회했다.
매각설(設)이 불거진 이후, 왓챠 측은 주주들로 하여금 원매자 존재를 밝힐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얘기가 새어나갈 경우 잠재 매수자의 인수 의사 번복을 우려해서다. 왓챠 측은 올해 초 "인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대상이 'L사'인 것까지만 알려줄 수 있다. 4월 안에 그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라고 주주들에게 전했다.
L사가 LG유플러스로 밝혀진 지금, 몸값을 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왓챠 측이 협상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FI들 마저도 "이제 밸류는 중요치 않아졌다", "이미 전에 투자유치 받던 당시 책정된 밸류도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 기대감이 크지 않다"라고 속마음을 비추고 있다.
불과 3년 전, 왓챠는 '별점 시스템'을 통한 콘텐츠 소싱 능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꾸준히 투자유치를 받아왔다. 2020년 시리즈D 단계 투자유치 당시 1000억원이던 기업가치는, 1년 만에 3380억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시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 상장을 준비하던 왓챠는 프리IPO 실패, 펀딩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작금의 상황을 맞이했다.
그간 OTT 서비스 강화에 나서왔던 LG유플러스 입장에선 왓챠의 몸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우선적인 관건이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가 왓챠 측에 제시한 프리밸류는 200억원 정도였다. 직전 박태훈 왓챠 대표가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38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달하며 인정받은 몸값(780억원)보다도 훨씬 낮은 규모다.
주주들 사이에선 LG유플러스가 이보다 값을 더 낮추는 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왓챠의 실적 부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1년 만에 248억원에서 55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선 OTT 서비스 강화 관련 투자예산을 아낄 기회다. 국내 통신3사는 전통적 유무선 통신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OTT 등 비통신 분야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비통신 사업 매출의 비중을 2027년까지 40%까지 늘리고 기업가치를 12조원까지 키우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19일 기준 5조원 정도다.
LG유플러스는 OTT 사업 강화 의지가 강한 분위기다. 지난해 말엔 IPTV 기반의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 'U+아이들나라'를 모바일 기반의 키즈 전용 OTT 서비스인 '아이들나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경쟁사 대비 인지도가 높은 OTT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은 한계로 꼽힌다. SKT는 자회사를 통해 직접 채널을 개설하거나 그룹 내 계열사인 웨이브가 있고, KT는 CJ ENM의 티빙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왓챠를 인수하더라도 당분간의 자금 투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왓챠가 컨텐츠수수료, 인건비, 광고선전비 등에 쓴 비용은 계속 늘고 있는데 현금고는 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년 만에 281억원에서 4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어려운 업황도 우려 확대에 한몫 한다. 여전히 치열한 OTT업계 내 경쟁 분위기와 관련해 한 PE업계 관계자는 "역설적이지만 OTT 기업들끼리 치킨게임을 이어가면서 콘텐츠 시장의 우위가 '살아남은 OTT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라며 "살아남은 OTT 기업이 되려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대규모 국내 투자를 약속한 넷플릭스마저도 모든 판권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엔 또다른 부담 요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