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공시 없는 블라인드 펀드로 대출 집행하지만
KB는 CDO라 지원 대상 낱낱이 공개…건설업계 '비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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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ㆍ신한에 이어 우리금융그룹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도 조만간 지원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각 금융그룹별로 다른 지원 방식을 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KB금융그룹이 제시한 CDO(부채담보부증권) 발행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 모양새다. 신용평가기관에 지원 사업장 내역이 공시되는 까닭이다. 투자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우리금융의 블라인드 펀드 방식과는 대조된다는 평가다.
최근 우리금융은 계열사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통해 약 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부동산 PF론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우리운용이 우리은행 등 계열사로부터 출자를 받아 펀드를 설립하고, PF사업장을 선별해 대출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사비 증액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정비사업에 3000억원이 신규 지원되고, LH매입을 약정한 임대주택 사업장에 2000억원이 투입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펀드를 조성해 대출 형식으로 해당 사업장에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사업장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펀드 자금부터 모집하는 방식이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 중 부동산PF 유동성 지원안을 공식 발표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3월 KB금융은 먼저 5000억원 규모의 CDO를 발행, 현대건설ㆍ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한 수도권 사업장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제2금융권에서 진행된 고금리의 3~6개월 만기 브릿지대출을, 시장금리 수준의 1년 만기 브릿지대출로 차환해주는 방식이다.
신한은행도 같은 달 재건축 사업장에 신규자금 2500억원,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3000억원 등 총 5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브릿지론을 회수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해주고, 신규 대출을 2500억원 집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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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일각에서는 KB금융의 CDO 형식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원 대상이 특정될 경우, PF 리파이낸싱이 되지 않는 부실 사업장 또는 건설사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중견 건설사 줄도산때 관련 자금집행 내역이 '낙인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부동산PF 사업장 전수조사 내역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CDO는 회사채ㆍ대출채권 등 기업 채무를 기반삼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KB금융은 ‘뉴스타원펌2023의1’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기존에 대형 건설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브릿지대출 5000억원을 사들일 예정이다.
사들인 브릿지대출은 유동화증권으로 탈바꿈시킨 후, 이를 KB국민은행ㆍKB캐피탈ㆍKB증권 등 계열사들이 각각 선순위ㆍ중순위ㆍ후순위로 나눠 갖는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의 대출로 만기가 연장되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규 딜을 따내는 셈이다. 다만 CDO는 유가증권이다보니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고, 신평사는 자산 평가 내역을 공시하게 된다. 지원 자금을 투입한 사업장이 공개되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블라인드 펀드 방식은 공시 의무가 없어 투자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다. KB금융도 지난해 말 이 같은 의견을 건설사로부터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위험을 강조해 선순위를 선호하는 KB국민은행ㆍKB손해보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KB저축은행ㆍKB증권 등의 입장이 서로 달랐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취향에 맞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선순위와 후순위가 구별되는 CDO 구조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KB측의 설명이다.
딜을 주관한 KB증권 관계자는 “ (정보 공개에 대해) 민감해하는 건설사들이 있었지만, 전 계열사가 다 참여하는 방식을 우선 고려했다”며 “자산을 섞어서 신용등급을 차등 발행하는 게 CDO다보니, 계열사 취향에 맞게 들어가려고 짠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