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의혹 불거진 후 지분 매각하고 결별 수순
1.3억달러 회수한듯...잔여 가치 670만달러
"물가 상승 고려하면 본전"...수소 체인도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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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가 나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018년 니콜라에 전략적 투자를 감행했던 한화그룹은 지난 5년간 사실상 본전치기 수준의 투자를 했다는 평가다. 니콜라가 사기 의혹에 휩싸이며 한화그룹은 2년 전부터 니콜라와 '거리두기'를 해왔다. 그룹 내에서 니콜라는 '금기어'가 된 지도 오래다.
25일(현지시간) 니콜라는 전거래일 대비 20% 급락한 61센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은 니콜라에 거래 가격 미달(minimum bid price requirements)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음을 통보했다. 지난 30일간 니콜라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며 생긴 일이다. 니콜라가 상장폐지를 면하려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10거래일 이상 주가가 1달러 이상으로 거래돼야 한다.
지난 2020년 2월 스팩(SPAC)과 합병을 통한 상장한 니콜라는 '제 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며 그 해 6월 장중 한때 주당 93달러에 거래됐다. 2020년 9월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기술을 두고 사기라는 리포트를 내며 주가가 급락했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이후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전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지난 2018년 니콜라에 1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1100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그린니콜라홀딩스라는 자회사를 세워 니콜라 지분을 관리해왔다. 당시 투자해 확보한 지분 2213만주(약 5.9%)의 가치는 한때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까지 폭등했다.
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화그룹은 니콜라와 결별 수순을 밟아왔다. 2021년 6월 공시를 통해 보유 주식 2213만주 중 절반인 1106만주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보름간 290만여주를 주당 평균 18.5달러에 매각해 투자 금액의 절반 가량인 5360만달러를 회수했다.
이후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며 공시 의무가 사라졌지만, 매각주관사인 모간스탠리를 통해 그 해 12월10일까지 매각키로 한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니콜라의 평균 주가는 10달러 안팎으로, 한화그룹은 지분 추가 매각을 통해 약 8000만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엔 니콜라 이사회에 신임 이사를 추천하지 않으며 경영 참여에서도 손을 뗐다.
지분 절반 매각을 통해 약 1억3500만달러를 회수한 뒤 잔여 지분은 현재도 보유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분의 가치는 현 주가 기준 670만달러에 머문다. 니콜라에 투자한 1억달러가 5년 후 약 1억4000만달러가 된 셈이다. 1억달러를 연평균 수익률 7%로 운용한 수준이다.
한때 지분 가치가 20억달러에 이르렀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다. 2021년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을 생각하면 사실상 '본전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콜라를 한화그룹의 미국 내 수소 기반 밸류체인의 한 축으로 삼겠다던 미래 전략 역시 어그러졌다. 이후 한화그룹에서 '니콜라'는 금기어가 됐다는 전언이다.
향후 추진될 한화임팩트 기업공개(IPO)에서 '니콜라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한화그룹은 한화임팩트의 전 최대주주인 삼성그룹과의 약속에 따라 한화임팩트의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21년 삼성그룹의 잔여지분을 1조원에 매입하며 상장 추진을 중단했다. 지난해 한화임팩트는 연결 기준 매출액 2조5700억여원으로 전년대비 39% 성장했지만 제조원가 급등으로 당기순이익은 3200억여원에서 1100억여원으로 3분의 1토막났다. 당분간 상장 추진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