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급한 불 끄기 '사력'
딜 히스토리 잘 아는 담당자 이직하면 '난감'
모 운용사 본부장 이직설에 LP들 당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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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 최근 부동산 투자업계엔 부실 우려가 있는 모 펀드의 운용 담당 A본부장이 타사로 이직할수도 있다는 언급이 돌았다. 해당 운용사에 출자한 기관투자가(LP)들은 이를 두고 전전긍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직속 상관과 부하 실무진이 모두 회사를 이탈하며, A본부장이 해당 펀드의 투자경로 및 투자 자산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인사가 됐기 때문이다. A본부장까지 회사를 이탈하면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에 LP들은 A본부장 달래기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해외 부동산펀드가 LP들의 근심거리로 부상하면서, 오히려 자산운용사 부실 딜 담당자와 갑을 관계가 바뀐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파이낸싱(채무재조정) 등 사후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처지인 까닭이다.
최근 전 세계적 고금리 기조 아래 자산가치가 우하향하면서 해외 자산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의 부실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 자금 소요가 커진 상황에도 리파이낸싱(차환)을 진행하며 자산가치가 다시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부실의 뇌관으로 지적되는 유럽 자산들에 대해 대출 만기 연장이 속속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투자금 회수(엑시트)까지 딜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담당 운용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 실사를 통해 해당 자산을 직접 확인하고 임차인과 협상을 해본 담당자일수록 정상화 시점을 예상하기도 수월하고 매각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해당 부동산 딜에 대해 인수인계를 잘해주려고 하지만 실사를 나가서 얻은 현장 경험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임차인과 협상했던 내용 등 실제 운영 사항들을 잘 알고 있으면 정상화 및 매각 시점을 판단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LP입장에서 인력에 관한 부분은 운용사의 영역이라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인력 이탈이 많은 운용사의 경우 신규 위탁운용사 선정 때 일정 불이익을 줄 수는 있지만 개인 이탈을 막을 수단은 없다는 것인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LP측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인력 등의 부분은 운용사에서 잘 관리를 해줘야 한다. 출자자 입장에선 성과를 운용역 보수에 연동시킨다든가, 신규 운용사 선정 때 운용사에 불이익을 줄 수는 있지만 개인의 이직을 차단할 수 없다"라며 "이런 시기에 운용역 이탈이 생기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LP와 운용역 간 관계가 역전된 것 같은 분위기마저 관찰되고 있다.
부실 위험에 놓인 펀드가 증가하면서 소위 '사후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책임질 사람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펀드가 LP들의 근심거리가 되면서 관련업계에선 오히려 "부실 딜을 한 운용역이 자리보전 가능성이 높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작년에 부동산인력이 대거 업계에서 빠져나갔을 때도 운용 보수 등 운용사와 출자자 간 사전에 정해진 정도에서만 조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LP입장에선 운용사 인력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 '잘 좀 신경 써달라'라고 부탁하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