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과하다' 對 '증익 추세 지속' 하우스별 전망 달라
美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 매크로 분석ㆍ전망부터 차이
운용 현업선 보수적 목소리...'3분기 반도체 재고 등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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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는 숫자는 같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모두 다르다. 해석이 다르니 전망도 달랐다. 전례 없는 '고금리 속 성장'과 '침체 없는 침체' 환경 속, 하반기 국내 증시를 전망하는 주요 하우스의 시각 편차도 커진 모양새다.
올 하반기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핵심 요소로는 '기업 이익'이 꼽힌다. 6개월~1년 후 경기를 선반영하는 증시 특성상, 2024년 이익 전망이 하반기 내내 증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미국 기준금리ㆍ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매크로의 영향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증시의 척도가 될 거란 분석이다. 주요 하우스들의 전망이 가장 극단적으로 갈리는 부분도 바로 이 '이익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데이터 회사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한국(MSCI Korea) 지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최근 4주간 4.4% 상향 조정됐다. 이를 반영한 2024년 EPS는 올해 대비 70.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11.5%), 일본(+7.9%) 등 주요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평균(+21.7%)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실적 개선 전망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 전망은 지난 3월말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반등이 이뤄진 건 5월 들어서다.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를 쓸어 담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최근의 추정치를 반영한 2024년 코스피 연간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는 199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137조원에서 올해 128조원으로 잠시 쉬어간 뒤, 내년에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말이다. 이전 코스피 순이익 최고 기록은 2021년의 159조원이었고, 그전에는 반도체 호황이었던 2017년 143조원이었다.
기업 이익 제고의 핵심으로는 역시 반도체가 꼽힌다. 지난 1분기 충격적인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이 내년엔 다시 연간 35조원의 순이익을 내며 완전히 부활할 거란 전망이 현시점에서의 '평균적인 예상치'다.
반도체의 급부상은 글로벌 증시의 새 트렌드인 인공지능(AI)의 대두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6개월동안 미국 S&P500지수는 10% 상승했는데,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 7종목 상승률이 44%에 달했다. 이 7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의 상승률은 1%에 그쳤다. AI의 핵심이 '데이터'에서 '연산능력'으로 넘어오면서 반도체가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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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이 돌아서는 가운데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 부문, 이차전지를 비롯한 화학 부문이 올해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거란 전망이 지금의 컨센서스다. 오랜 기간 침체에 빠져있었던 조선업도 올해 흑자로 턴어라운드(업황회복)에 성공한 뒤 내년 성장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주는 업황 고점보다는 회복 기대감이 작용하는 턴어라운드 시기에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내년의 이익 기대감이 올해 하반기부터 증시에 선반영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주요 하우스들이 모두 동의하는 숫자들이다. 이 수치와 전망,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국내 하반기 증시 흐름 전망 리포트들이 작성됐다.
결론은 하우스별로 천차만별이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지수 상단을 2600으로 제시했다. 현 지수 수준에서 더 오르기 힘들다는 뜻이다. DB금융투자는 3000을 뚫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우스마다 해석하는 시각도, 참고하는 주요 변수도, 하반기 매크로 및 환율 전망도 모두 달라서 생긴 결과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부터 큰 시각차가 보인다. KB증권ㆍ삼성증권ㆍ하이투자증권 등 주요 리서치 하우스는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를 전제로 깔고 있다. 연준이 하반기에 급하게 금리인하에 나서진 않을 것이며, 일단 하반기까진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거라는 전망이다.
반면 키움증권, DB금융투자는 연내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상정해 둔 상태다. 이전 전망처럼 3분기는 아니지만, 하반기 미국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며 4분기 중에는 연준이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 압박이 완화되면 일반적으로 증시에는 호재다. 키움증권 역시 하반기 코스피 상단으로 2900을 전망했다.
반도체를 위시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하반기 코스피 상단으로 2920을 제시한 KB증권은 연말까지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 반등세가 지속될 거란 입장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PPI)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낮아지기 시작해 이익률 개선에 유리한 환경이고, 지난 5년간 투자(CAPEX)를 지속해 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 대비 이익성장률이 높을 거란 기대가 하반기 동안 유지될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KB증권은 미국 경기가 제조업-서비스업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됐으며, 제조업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견해다. 하반기 서비스업 경기가 하강하며 미국 경기가 둔화하겠지만, 한국은 제조업 경기가 훨씬 중요하므로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 부문이 하반기에 생각보다 상황이 좋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메리츠증권은 2024년 반도체 부문 순이익을 시장 평균 전망치보다도 높게 제시했다. 현재 컨센서스는 35조원 안팎인데, 이보다 10%가량 높은 38조원 이상 이익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차전지 수혜를 입을 화학 등이 60% 성장하는 등 금융을 제외한 거의 전 제조업이 두 자릿수 이익 성장률을 거둘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반면 삼성증권의 경우 현재의 추정치를 '극한의 낙관론', '단순한 평균회귀 가정의 투영'으로 해석했다. 보수적으로 반도체 부문을 위시한 코스피 기업들의 2024년 이익 규모가 2022년에 준하는 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 주요국의 재정투자 규모가 올해 이상 늘어나기 어렵고, 중국도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신규 주문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환경에선 국내 수출이 5%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데, 중간재ㆍ자본재 특화 수출국인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제한된다면 내년 이익 전망 역시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상저하고'론이 득세하던 지난해 말, 소수 의견으로 올 상반기 강세장을 예측했던 하이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에 대해 '더 좋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현재 코스피 지수의 2024년 예상 이익 기준 PER은 10배로 합리적인 수준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7년, 2020년 고점 수준에 이미 와있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코스피 지수 상단 전망치는 2750선으로 타 리서치 하우스 대비 보수적인 수준이다.
시장의 국면 분석에 대한 정의도 엇갈린다. KB증권은 5월 이후의 코스피를 '실적장세'라고 분석했다. 증시의 '4국면' 중 금리와 기업실적이 함께 오르며 주가가 중장기 우상향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며 주가가 급격히 크게 오르는 '금융장세' 초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0년물 채권 금리가 지난해 11월 고점 이후 하락 중이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금을 굴리는 현업 운용 최일선의 목소리는 아직 다소 보수적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내년 코스피 순이익이 2022년 수준 혹은 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면 140조~150조원 수준일 것이고, 현재 컨센서스인 낙관론대로라면 199조원인데 이 차이는 연말로 갈수록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반도체에 가려졌을 뿐 화학 등 이차전지업에 대한 이익 낙관론도 다소 거품이 끼어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반도체에 대해 현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건 제조사의 재고가 줄고 있다는 것 뿐"이라며 "오는 8~9월경 반도체 구매자들도 재고를 쌓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와야 반도체, 나아가 코스피의 이익 회복세가 지속될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