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兆까지 언급되던 기업가치 어느새 2兆로
주당 4000원 배당금, 올해 절반 줄어들수도
"예보 지분 오버행 이슈도 공모가에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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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SGI서울보증보험의 기업공개(IPO) 강행 여부에 증권가의 관심이 모인다. 올 상반기까지 상장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업무계획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곤 있지만, 핵심 사업인 보증보험 부문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서울보증보험은 받은 보증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인 자기자본도 크게 줄어들었다. 현 시점에서 인정 가능한 최대 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4조원까지 넘봤던 이전의 눈높이를 낮춰야 공모 절차 완주가 가능할 거란 지적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지분율 93.85%)인 서울보증보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빅딜'이 자취를 감춘 올해 IPO 시장의 몇 남지 않은 대어(大魚)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달 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10월 중 공모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울보증보험은 민간 회사지만, 1998년 외환위기 직후 10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예금보험공사의 경영감독 하에 사실상 공기업처럼 운영돼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보증보험 시장을 양분한 과점 기업인데다, 연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2022년 기준)에 배당성향이 50%에 달한다는 점에서 운용사 등 투자 파트에서도 주목하던 기업이었다.
문제는 기업가치다. 각종 재무ㆍ실적 지표가 고꾸라지며 공모 흥행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서울보증보험의 영업이익은 89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934억원) 대비 반 토막 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1474억원에서 686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엔 11% 안팎으로 준수했던 자기자본수익률(ROE) 역시 5.76%로 뚝 떨어졌다.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가 커지고,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이 급증하며 수익성이 꺾인 것이다. 지난해 1분기엔 2709억원이었던 보험서비스비용이 올해 1분기 4482억원으로 70% 가까이 급증하며, 보험부문 이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HUG를 적자로 몰아넣은 전세사기 및 역전세난 관련 부담이 본격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인 자기자본도 악화일로다. 3000억원이 넘는 채권 평가손실로 인해 지난 1분기말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자기자본은 4조7300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말 5조4000억원에서 최근 2년새 8000억원 가까이 낮아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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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한 재무제표는 기업가치 및 주당 공모가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해 언급되던 '최대 4조원'(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예상치) 전망은 쑥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사업구조는 보증보험에 특화된 손해보험사에 가깝다. 가치산정 비교회사도 손해보험사 중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장 손해보험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5배 안팎이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0.7배, 독과점적 지위 및 일부 업태가 비슷한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PBR은 0.3배다.
손보사 평균 PBR을 적용하면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는 대략 2조6000억원 안팎으로 산출된다. 주당 가치는 3만7000원 안팎이다. 여기에 20% 안팎의 공모 할인율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2조원, 주당 공모가는 3만원 수준으로 계산할 수 있다. 만약 시장에서 서울보증보험을 코리안리 수준으로 평가한다면, 예상 기업가치는 1조56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서울보증보험의 핵심 경쟁력이자 투자 포인트는 '배당'이다. 기업 특성상 보증보험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나 신사업 추진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배당성향은 50%, 주당 배당액은 4000원에 달했다. 지난해 손보사 평균 시가배당률이 6.5%였음을 고려하면, 배당으로 역산한 서울보증보험의 주당 가치는 6만2200원에 달한다.
순이익이 줄어든다는 건 곧 배당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만약 1분기 실적 추이가 그대로 올해 내내 이어진다면 올해 서울보증보험의 연간 순이익 규모는 25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배당성향 50%를 유지한다해도 주당 배당금은 2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를 시가배당률로 역산하면 주당 가치는 3만1000원대에 머문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조원대 초반이다.
이런 가치를 예금보험공사가, 나아가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서울보증보험에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 중 현재까지 4조3483억원을 회수했다. 미회수 규모는 5조9000억여원에 달한다. 서울보증보험 지분 매각으로 이를 모두 회수하려면 주당 가치가 9만원이 넘어야 한다.
공적자금 회수가치가 주당 9만원, PBR 1배 기준 가치가 6만7700원인 상황에서 3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공모를 진행한다면,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세사기ㆍ역전세난 등 최근 불거진 이슈로 인해 보증 사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상장을 했어야 했냐는 '상장 시기'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공기업 상장에서 공모가 이슈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2016년 추진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상장 역시 시장에서 제시한 희망공모가가 한국전력의 장부가에 미달해 무산됐다. 2010년 지역난방공사 상장 이후 13년간 공기업 상장이 전무했던 배경 역시 공모가와 연계된 헐값 매각ㆍ혈세 낭비 이슈가 컸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서울보증보험도 상장 일정을 쉽게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올해 3월 예심 청구 예정이었지만, 4월로 미뤘다가 다시 6월로 조정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2027년 말까지로 정해진 공적자금(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운용시한까지는 4년 반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후 2~3년간 예금보험공사가 전체 지분의 33%, 유통 물량의 두 배 넘는 지분을 추가 처분할 예정이라 물량부담(오버행) 이슈까지 공모가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며 "올해 보증사업 영업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아 지난해 정한 정책적 일정을 그대로 따라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