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저가 매매 의혹' 제기될 정도로 재무 건전성 이슈 부상
저축은행들 "OK저축은행 부실화, 업계 도미노 된다" 우려도
저축은행 위기론 지속…부동산PF에 부동산담보대출 연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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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OK금융그룹이 대부업(러시앤캐시)에서 철수키로 하며, 애먼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때 아닌 불안감에 떨고 있다. 러시앤캐시가 보유하고 있던 대출 채권과 부채를 OK저축은행이 인수키로 했는데, 이미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 OK저축은행이 이를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OK저축은행이 부실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시중은행으로의 자금 이탈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국내 자산 규모 2위에 달하는 OK저축은행에 이슈가 생기면 또 다시 '뱅크런'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는 까닭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대부업 중심의 현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러시앤캐시 사업을 정리, 해당 계열사의 자산을 올해 말까지 OK저축은행에 이전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OK금융이 이후 증권사 등 금융사 추가 인수 타진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K금융이 밝힌 총 양수가액은 7484억원으로, 이중 자산과 부채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말 러시앤캐시의 운영사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자산 3조262억원 ▲부채 6314억원 ▲차입금 5888억원 등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부채 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26%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OK저축은행이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러시앤캐시 자산 중 내재돼있을 부실자산과 부채까지 인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OK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총계는 작년 말 기준 약 12조743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무려 1015%에 달한다.
현재 OK저축은행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등 주요 경영 지표마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은 6.83%로, 5대 상위 저축은행(SBIㆍOKㆍ한국투자ㆍ웰컴ㆍ페퍼) 중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4.07%)와 비교해도 2.7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실자산인 NPL의 비율도 7.3%를 기록, 이들 중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러시앤캐시가 이미 연체가 발생한 부실 채권(NPL) 등은 넘기지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저신용 차주의 고위험 채권은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OK저축은행의 연체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느낀 OK금융이 부실 채권을 저가에 매매하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OK금융은 '정례적 현장조사'라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OK금융이 부실 채권을 줄여 자산 규모를 늘리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얘기"라며 "이런 배경에서 시중보다 저가로 채권들을 매매하려 시도했을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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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OK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두고, 저축은행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로 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업계 최상위권인 OK저축은행이 무너지면 '도미노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국내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총 연체율 및 NPL비율은 각각 3.4%와 4.1%로, 전년 말 대비 악화(+0.9%p, +0.7%p)됐다.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인 'BIS자기자본비율'도 전년 말 대비 0.2%포인트 하락했으며, 주요 리스크로 꼽히는 '개인사업자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의 연체율도 각각 1.3%포인트, 2.1%포인트씩 늘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꼭 OK저축은행만이 아니더라도, 저축은행이 어느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다 같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이란 분위기"라며 "올해 4월 일부 저축은행에 ‘뱅크런’이 난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돼 한 차례 소동을 겪었던 만큼, '저축은행 부실'이라는 단어 자체가 돌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저축은행의 M&A 규제를 지금보다 완화해주면서 업권을 살리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지방 소재의 작은 저축은행들에 이득이 될 만한 얘기"라며 "요즘처럼 지점 영업보다 인터넷 영업 비중이 큰 시대에선 '전국구 저축은행'은 의미가 없는데 지원 방향이 잘못 돼있어 개선에 대한 큰 기대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