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가처분 신청한 KCGI, 분쟁 본격화?
KCGI "경영권 방어 나서면 적극 대응할 것"
-
DB하이텍과 그 2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CGI는 대면 협의 요구에 몇달째 응하지 않는 DB하이텍이 미심쩍고, DB하이텍은 KCGI 공세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KCGI는 DB하이텍이 주관사를 통해 구상한 시나리오를 행동으로 옮길시 적극 대응할 것이란 입장이다.
13일 KCGI는 DB하이텍의 회계장부와 이사회 의사록 등의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하는 가처분을 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의 자료 은닉 및 폐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들의 관계는 지난 3월말 KCGI가 DB하이텍 지분 7.05%를 매입하며 시작됐다. KCGI는 DB하이텍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팹리스(반도체설계)사업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이후 KCGI는 우호지분 확보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자사주를 소각할 것,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할 것 등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이달 초 KCGI가 DB하이텍 측에 보낸 주주서한을 공개하며 본격화했다. KCGI가 4월 20일 DB하이텍 측에 보낸 해당 문서에는 ▲DB하이텍의 글로벌 경쟁력과 우수한 사업역량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제안 등을 담았다. 주주서한을 언론에 공개한 이유로는 DB하이텍의 대면협의 거부를 들었다.
DB하이텍은 요청받은 자료의 양이 방대한 까닭에 시간이 소요된다며 KCGI 측이 제안한 대면 협의에 관해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KCGI 측이 의구심을 품는 지점이다. KCGI 측은 자료 없이라도 만나자고 의사를 표현했지만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DB하이텍의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스템임플란트 분쟁 당시에도 IR 담당자를 통해 대면 협의를 요청, 근시일 내 어렵지 않게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DB 측은 "KCGI의 대면 협의 요구를 수락하고 곧 있을 협의를 위해 성의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회계장부열람 및 이사회의사록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며, KCGI측이 과연 주주간 대화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KCGI가 언론을 통해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유감스럽지만 향후 대면 협의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회사측의 추가 설명을 포함해 심도있는 대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DB하이텍이 경영권 방어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한 시점은 5월 초다. 다소 낮은 수수료에 주관사 선정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KCGI가 DB하이텍에 주주서한을 보낸 것이 4월 20일이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삼성증권과 'Project Dream'이라는 이름으로 2건의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DB하이텍이 구상할 경영권 방어책에 기대감이 크진 않은 분위기다. DB하이텍은 지분 70%대가량을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그간 저지하려했던 DB하이텍의 팹리스사업부 분할을 강행한 상태다. 이들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포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다.
KCGI도 "근래 들어 그룹 모회사 DB Inc.와 DB메탈 간의 합병에 관한 풍문이 돈다"라고 꼬집었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대상 기업의 주가는 오르막이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DB하이텍 주가가 추후 상승하여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자회사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DB Inc.가 DB메탈을 선제적으로 흡수합병해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미리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CGI는 DB하이텍이 경영권 방어에 직접적으로 나설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KCGI 측은 "지분 매입시 경영권을 원한 것이 아닌, 일반 주주와 지배주주가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길 바랐을 뿐"이라며 "우호지분을 포섭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다면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