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문에 의존한 IB수수료 성장...시장 꺾이며 확 줄어
PF 건전성 기준 강화하고 단기물 차환 관행 규제 예상
정통 IB는 확장성 한계...향후 IB수수료 성장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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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수수료 수익 중 투자금융(IB) 부문 수수료 수익 비중이 최근 6년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절대 금액 규모도 절반으로 줄었다. 국내 증권사 IB부문 수익은 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에 의존해 규모를 키워왔는데, 앞으로 PF 관련 규제가 잇따라 도입될 전망인만큼 이전같은 성장은 불가능할 거란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의 총 당기순이익은 3조8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1조8000억여원, 89% 늘어난 규모다. 2022년 연간 당기순이익(4조4000억여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내실을 따져보면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이 숫자엔 한국투자증권이 한국밸류운용으로부터 받은 1조7000억여원의 배당금이 포함됐다. 한국밸류운용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하며 생긴 수익을 배당 형식으로 모회사에 올려보낸 것이다. 이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1분기 국내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2조2300억여원으로 전년대비 8% 가량 성장했다. 이조차 국내 시중금리가 하향 안정되며 6조원이 넘는 채권평가이익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증권사 영업 환경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30%나 감소했다. 수탁수수료는 물론, IB수수료, 자산관리수수료 등 거의 모든 수수료 부문 수익이 역성장했다. 그나마 수탁수수료 수익이 최악이었던 지난해 4분기보다는 3000억원가량 늘어나 1조3000억원대를 기록한 게 위안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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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수익 중 가장 감소폭이 큰 건 IB부문 수수료였다. 올해 1분기 IB부문 수수료 수익 총액은 758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110억여원, 51.7% 감소했다. IB수수료가 증권사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9.6%에서 27.3%로 수직 하락했다. 이는 2018년 1분기의 21.9%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B수수료 수익이 증권사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2분기 42.1%까지 커졌다.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 사이 유동성 장세에 수탁수수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와중에도 수수료 내 비중은 30% 안팎을 유지해왔다. 금액도 최근 3년간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을 기록해왔다.
IB수수료가 급감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4분기부터다. 증권가에서는 부동산 PF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 감소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초대형 기업공개(IPO) 지연, 인수합병(M&A) 자문실적 감소 등 전통 IB 부문의 부진도 겹쳤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금융 부문의 자금경색이 심해지며 금융당국이 규제의 칼날을 빼들었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위는 올해 안에 증권사 순자본비율(NCR) 산정 방식을 개선해 부동산 PF의 위험가중치를 높일 예정이다.
지금은 증권사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면 위험액의 18%만 NCR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주로 ABCP 보증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공급해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증권사 자본규모에 따른 실질위험감내능력ㆍPF사업장의 특징ㆍ변제 순위 등 세부 리스크를 감안해 위험값을 NCR에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장기 사업을 1~3개월짜리 단기 채권으로 자주 롤오버하도록 한 부동산 PF 사업구조 역시 중장기적으로 규제가 가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증권사의 3개월 미만 ABCP를 1년 이상 장기대출로 전환할 땐 NCR 위험값을 100%에서 32%로 낮춰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의 자금경색이 장기 사업과 단기 채권 차환 간 미스매치(불일치)에서 발생한만큼, 이번 자금경색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후 추가적인 정책적 조치가 나올 거란 예상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적은 위험값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PF 사업장에 ABCP 채무보증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짧은 만기의 채권을 자주 롤오버하며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는 현행 PF 영업 방식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될 거란 지적이다.
이른바 '정통 IB' 시장은 향후 확장성에 제한이 많다. 회사채 시장은 연간 규모 및 핵심 플레이어(발행사ㆍ주관사)가 거의 정해져있다시피 하고, IPO 및 증자ㆍ인수합병(M&A)등은 고객이 나서야 열리는 천수답(天水畓) 시장이다.
국내 경제규모와 자본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지거나, 증권사들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않는 이상 IB수수료가 지난 10년간의 'PF 시장 급성장기'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걸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부문 내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형사도 40~50%, 소형사는 90% 이상인 경우도 흔했다"며 "PF 취급이 증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잦은 롤오버(차환)으로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는 영업 구조에 규제가 가해지면 이전처럼 IB부문 수익 규모가 커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