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피스빌딩 가격 뚝뚝 떨어져…매력도 하락
세컨드티어 도시 위주 포트폴리오 리스크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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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싱가포르 소재 리츠 운용사인 '매뉴라이프 US 리얼에스테이트 매니지먼트'(MUSREM)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MUSREM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일부 조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거래 마감기한이 지난 상황으로 파악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하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당 운용사가 운용 중인 리츠의 포트폴리오 중 일부가 소위 미국 세컨드티어(2류, Second Tier) 도시의 오피스빌딩으로 구성돼 자산가치 하락 폭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MUSREM 간 인수 협상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당초 미래에셋운용은 현지 실사를 거쳐 4월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조건 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MUSREM은 지난 5월 말 우선협상자인 미래에셋운용과의 거래 마감 시한이 지났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은 미국의 글로벌엑스, 호주의 ETF시큐리티즈 등 패시브 투자 운용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번 MUSREM 인수 추진 역시 글로벌 플랫폼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운용이 MUSREM 경영권 및 일부 리츠 지분을 매수하는 조건이며, 거래 규모는 2000억원 안팎이다.
MUSREM이 운용 중인 메뉴라이프US리츠는 미국 애틀랜타, 뉴저지, 워싱턴DC, 어바인 등에 11개 우량 오피스(Class A)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1분기 기준 전체 공실률은 14%를 기록 중이며 총자산가치(AUM)는 2조5000억원(약 19억달러) 수준이다.
운용업계 안팎에선 메뉴라이프US리츠 인수를 두고 미래에셋운용의 고민이 깊다고 보고 있다. 우선협상자 선정 후 불과 3달 사이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특히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급증하며 미국 오피스를 담은 리츠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뉴라이프US리츠 주가는 1년 새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6월 0.6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지속 우하향하여 최근 한 달간 0.13~0.17달러대를 오가고 있다. 1조5000억원을 넘나들었던 시가총액은 최근 4분의 1수준인 4000억원 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싱가포르 리츠는 규정상 LTV(매매가액 대비 대출비율)가 50%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데, 메뉴라이프US리츠의 차입비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49.5%까지 상승했다. 재무비율이 악화하며 주가 하락세는 좀처럼 둔화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 의사를 타진했을 때보다도 주가가 30~40% 이상 더 하락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인수 검토 당시 일부 자산 등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선협상 기간은 끝났지만 협상은 진행 중이며, 매각 측에서 일단 시간을 갖고 해당 부분을 정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황이 회복 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리츠의 가치 회복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메뉴라이프US리츠의 편입 자산 중엔 부동산 핵심지인 뉴욕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이 전무하다. 주로 우량 오피스 빌딩을 편입했다곤 하지만 어바인, 애틀랜타, LA 등 지방에 위치한 건물들이 주요 자산이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커머셜엣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미국 전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6.7%로 전년동기대비 100bp(bp=0.01%) 올랐다. 이 중 샌프란시스코, 덴버, 애틀랜타의 공실률은 각각 19.4%, 19.9%, 19.7%를 기록했는데 맨해튼(16.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 부동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뉴욕을 제외한 세컨드티어 도시들의 오피스빌딩은 확연한 자산가치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건물 관리 상태, 위치, 규모 등 여러 방면에서 우량(A Class)한 오피스 빌딩이라고 하더라도 지방 도시에 자리 잡고 있으면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