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피스, 외국계 투자 비중 2배 증가
서울 오피스 공실은 5% 미만…"이례적 수치" 평가
재택근무 사라지고 직원 편의 공간 늘리면서
공실률 낮아지고, 임대료는 상승효과
국내 기관은 오히려 보수적 투자 기조
"높은 조달 금리에 안전자산 선호 원인"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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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 오피스 시장에 해외 투자가들의 유입이 늘고 있다. 전세계 오피스의 공실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고 있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서울의 공실률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과거와 같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외국계 투자자들은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낮은 현재 상황에서 추후 원화 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 효과와 같은 안전장치도 있다. 환차익 효과를 누릴 수 없고, 높은 조달 금리 부담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이는 모습을 나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체 투자 가운데 외국계 투자자들의 비중은 12%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6.7%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1년 기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총 투자금액은 약 57조원, 지난해엔 이보다 줄어든 약 49조원이었지만 외국계 투자자들의 절대적인 투자 금액은 오히려 2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수한 한국 주요 오피스로는 ▲삼환빌딩(서울 종로)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빌딩(서울 영등포) ▲서울시티타워(서울 중구) ▲판교 테크노밸리 GB-I 타워와 GB-II 타워(경기 성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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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케펠자산운용은 지난해 삼환빌딩을 약 2232억원에 인수했다. 케펠자산운용은 지난 5월 씨티뱅크센터(서울 종로)를 두고 이지스자산운용, KT투자운용, SK디앤디인베스트먼트와 경쟁하고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빌딩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이지스자산운용은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여의도 사옥을 6395억원에 인수할 당시, GIC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부동산 펀드에 지분투자자로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서울시티타워(서울 중구)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투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리츠로 보유하던 자산인데, PAG가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인수했다. 거래대금은 약 4901억원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GB-I·GB-II 타워의 경우 미국계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 벤탈그린오크가 투자했다. 이든자산운용이 작년 4월 매입해 운용하던 펀드(이든 일반사모부동산 투자신탁 제10호)의 수익증권 100%를 벤탈그린오크에 매각했다. 거래금액은 약 3850억원이다.
이외에도 최근 딜로이트안진은 판교테크원타워 수익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GIC를 선정했다. 8000억원대 안팎에서 매각가가 형성될 전망이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남산그린빌딩을 인수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서울 오피스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해외에 비해 낮은 공실률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요 권역의 오피스 공급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앞으로도 계획된 공급도 상당히 적다. 재택근무 시스템이 사라졌고 본사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이 1인당 사무 공간을 늘리는 추세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실제로 11일 미국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가 올 1분기 전 세계 주요 국가 17곳 주요 도시의 공실률을 분석한 결과 시카고와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상하이와 홍콩 등 중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도 15%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공실률이 낮은 도시는 베이징, 도쿄 등 7곳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서울 프라임오피스의 공실률은 현저히 낮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2.7%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5% 미만은 자연 공실률이라 불린다.
국내 한 증권사 부동산 담당 연구원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서울 전통 업무지구(3대 권역)에 신규 공급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당분간 주요 권역은 낮은 수준의 공실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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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급과 공실률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서울 오피스의 임대료는 상승하는 추세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평균 임대료는 3.3㎡당 11만31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했다.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국내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오피스 시장이 유일하게 투자할 만한 곳"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오피스 시장 수요가 감소했는데, 한국은 본사 근무로 거의 원상 복귀됐고 본사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직원 편의시설을 늘려 1인당 사무실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오피스 시장에 대해 오히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로 펀드를 조성해 한국 투자에 나서는 외국계 투자자들은 추후 환율이란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코로나 기간 치솟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낮은 공실률과 높은 임대료로 인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단 점도 원인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 LP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부동산 펀드 출자를 꺼린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이 넘어야 투자에 나설 수 있는데 사실상 기준 IRR이 넘는 거래가 없고 기존에 설정돼 있는 블라인드펀드의 자금도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