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에 전보다 발행 결정에 여유 생겨
"조달비용 덜 드는 선택지 위주로 고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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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여유가 생겼다" (A 증권사 IB 관계자)
대한항공이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 발행에 다시금 나섰다. 일본 항공수요 회복에 엔화자산이 지속 유입되고, 항공기의 담보가치도 회복세인 점이 발행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다시금 자본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자금조달에 나서는 등 발행자로서의 지위를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2020년 초부터 대한항공의 자금 조달여건은 크게 악화했다. 기존에 주로 택해오던 항공권 판매수익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은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 되레 기존 발행건의 차환이 과제가 됐다. ABS는 운항 노선 축소로 기존 발행건들의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 위험이 커졌고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은 적기에 차환해 금융비용을 줄여야만 했다.
회사채 시장에서의 지위도 예전만 못했다.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고 기존에 발행된 대한항공의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도 일부 포착됐다. 외화채 발행 시도도 이어갔지만 코로나 확산 직후엔 해외 기관을 설득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이에 따라 조달 양상은 전과 달라졌다. 당시 상승세를 거듭하던 증권시장을 활용, 조(兆)단위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 차례 실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마련 및 차환용 자금을 조달했다.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자금 지원을 받아 영구채를 조기상환하는 등 급한 불을 껐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하거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 소유한 자산을 매각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엔데믹 이후, 다시금 채권시장 내 대한항공의 존재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4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전망이 다시금 '긍정적'으로 바뀐 이후, 올해 첫 추진한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은 ABS 발행 건을 검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대한항공 회사채 등급이 BBB+로 여전히 높은 편이 아니어서 투자를 검토하진 않고 있다. 운용사도 해당 등급 채권을 담는 펀드가 한정적이다"라며 "최근 등급전망이 상향된 덕에 증권사 리테일 정도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라이본드 발행 건에서도 대한항공의 지위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보수적인 편이라고 알려진 일본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증을 받으면서 중고 항공기 담보를 제공한 점도 눈에 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도입금융이 완납된 중고항공기 12대(3700억원 규모)를 수출입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코로나 이후 시세가 낮아진 중고항공기의 감가상각이 고려된 조건이다. 그러나 항공기의 가치가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한항공이 해당 자산을 활용하기 시작한 점은 괄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코로나 사태 직전 대비 금리 수준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다. 사무라이본드는 일본의 낮은 정책금리를 기반으로 조달비용을 비교적 절약할 수 있는 선택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차입 건들 중 사무라이본드 발행 건에 크게 만족했던 것을 바탕으로 금번 재발행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해 대한항공이 조달비용 부담이 덜한 선택지 위주로 살피고 있는 상황이며 예전에 비해선 발행자로서의 지위가 높아진 분위기"라며 "항공업황 회복 이후로 대한항공의 보유현금이 조 단위로 늘어나는 등 자금 여유가 있고 급하게 자금조달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진 까닭에 발행시점을 길게 보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로선 사무라이본드 발행 추진 외 국내 채권 발행 관련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항공업황의 회복 덕에 여러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