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 시장 10년만에 열리나...상상인銀 등 주목
입력 2023.06.20 07:00
    금융지주ㆍPE 등,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 검토 중
    실적ㆍ재무건전성 악화에…'低밸류에 사자'움직임
    증권사 인수前 금융그룹 도약 발판으로 생각하기도
    대주주 적격성 이슈에 수도권 위치한 상상인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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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 만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한 실적 부진 및 재무 건전성 악화로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금융당국도 유사시 원활한 자본 수혈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투자업계에선 특히 현 시점에서 상상인저축은행 등 수도권에 영업점을 둔 일부 매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매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저축은행 특성상, 대주주 이슈가 있는 저축은행은 언제든 매물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은행금융지주와 사모펀드들은 수도권 소재의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인수 및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ㆍ보험 등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서울 소재의 저축은행 인수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고,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도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인 상황이다. 홍콩계 투자금융그룹(SC로이)의 자회사 조은저축은행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채로 매각 시장에서 가격 협상 중이다.  

      최근 저축은행이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낮은 기업가치 때문이다. 금리 경쟁에 따른 순이익 급감과 핵심 수익원이었던 부동산PF 시장의 경색으로, 현재 업계 상위권이었던 저축은행마저 올해 1분기 적자에 빠지거나 영업익이 크게 줄었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저축은행의 기업가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져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며 최근 한 금융사는 서울 지역의 저축은행 실사를 추진하기도 했다"며 "최소한 서울ㆍ경기 지역의 저축은행은 지금 사는 게 맞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분명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부실이 더 확산하지 않거나 큰 크레딧 이벤트 없이 위기를 넘긴다면 이후 업황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인수 희망자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더 이상 신규 인가를 내주지 않는 업권이라 라이선스가 귀한 편이다.

      당국도 저축은행 M&A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시장에 호의적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PF 시장 경색 이후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를 민간시장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서로 다른 구역(권역)간 저축은행의 합병을 허용하고, 동일 대주주의 보유 저축은행 수를 3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서울권 저축은행 관계자도 "하반기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부동산 위기론으로 인해 다소 성급하게 뱅크런 가능성 등이 언급된 감이 있다"며 "점유율 상위권에 있는 수도권 저축은행 사이에선 사모펀드들이 이를 기회삼아 접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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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업계에서 최근 자주 회자되고 있는 잠재 매물은 상상인저축은행이다. 실적과 재무 건전성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실 소유주인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고비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말 상상인이 신용공여 의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도 거짓으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혐의 등을 물어 유 대표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유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냈지만, 결국 대법원으로부터 확정 판결을 받았다. 

      현행법상 금융감독원은 매년 저축은행 대주주를 대상으로 적격성 정기 심사를 진행한다. 해당 심사에서 부적격 결과가 나올 경우, 금융위는 6개월 내 저축은행 지분을 10% 미만으로 처분하라고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다. 지분 23.44%를 보유하고 있는 유 대표가 이를 처분하면,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과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도 레미콘 사업에서 입찰담합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사실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불거져, 유진저축은행(現다올저축은행)을 인수한 지 4년 만에 KTB투자증권(現다올투자증권)에 매각해야 했다. 

      금융업계에선 올해 연말이 저축은행 M&A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이 올해 9월까지 심사를 마치고 해당 안건을 올리면, 금융위가 오는 12월 정례회의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상상인 측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계도기간이 있는 만큼, 남은 시일 동안 충분히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한 경영권 매각 논쟁도 일러야 내년의 일로 보고 있다. 

      상상인 관계자는 "만약 지분 매각을 한다고 해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치고, 금감원 보고와 금융위 의결을 거친 후, 주식 처분 명령이 있어야 한다"며 "명령 이후 6개월, 그 이후 수습(계도기간)에 6개월 등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M&A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