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수 년간 진행된다면 증권사 사법리스크 부담↑
내부통제 부실 지적된다면 대표이사가 책임질 가능성
부동산 침체로 IB 수익 급감...하반기 실적 전망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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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는 처벌하기 위한 형법상의 절차고 금감원의 검사는 행정법상 절차니까 별도로 진행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부임 이후 금감원과 검찰이 발맞춰 수사하는 일이 늘었다. 금융당국이 재판 이후로 금융사 제재를 미루기도 하는데 결정이 기약 없이 길어져 금융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
국내 증권사들이 하반기를 앞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적을 내기는 쉽지 않은데, CFD발(차액결제거래) 주가 폭락 사태 여파 등 사법 리스크 영향은 사실상 이제 시작 단계인 까닭이다. 증권사들은 영업 부서를 독려하는 동시에 대형 로펌을 찾아 이슈 대처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의 경우 후폭풍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조를 고려하면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증권사 대표이사 및 고위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으로까지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적 부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내우외환'이 따로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사 간 채권형 신탁 상품의 파킹거래가 편법·탈법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SK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준 것을 두고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해당 거래 행태가 증권가에 만연한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부실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 나온다.
앞서 이슈가 된 KB증권-하나증권 채권 파킹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랩·신탁 상품 운용 과정에서 장단기 미스매칭 운용, 장부가로 거래한 채권의 평가손실 여부 등을 언제, 누구까지 인지하고 있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법인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기 위해 회사측이 해당 거래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그간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에 한해 내부통제 의무를 문제 삼는 경향이었으나 횡령 등의 일이 반복되며 대부분의 금융사고에 내부통제가 잘 되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라며 "내부통제 의무를 빼고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논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대형로펌을 선정해 법률 검토에 나선 모습이다.
또 다른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증권사가 랩·신탁에 투자했던 법인 고객의 손실을 파킹거래로 보전해 준 것에 대해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 타 증권사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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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도 증권사들이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는지에 대해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키움과 교보, 하나증권 등 세 증권사의 현장점검을 최근 마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무상 배임과 미공개정보 혐의를 적발해 서울 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몇 년간 금융사 준법감시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CFD발 주가 폭락 사태와 채권돌려막기 사태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이 작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내부통제 부실이 문제가 된다면 증권사 대표이사 및 고위임원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요 회사들이 촉각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 부임 이후 금감원과 검찰이 발맞춰 수사를 진행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판에 대응해야 하고 금융당국의 제재가 검찰 재판이 끝난 뒤에야 확정된다면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해당 증권사가 짊어질 부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이 법률 대응에 있어 선제적으로 나서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한 대형로펌에 따르면 1000~2000만원에 달하는 A4 1~2장 분량의 의견서가 증권사에 매주 2~3개씩은 나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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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 사법 리스크가 본격 부상하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흐림' 상태다. 부동산금융 부문이 크게 위축되며 그간 실적을 견인해왔던 IB부문 전망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IB부문이 주로 의존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IB) 사업은 대폭 쪼그라들고 있다. 당장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수수료 수익 중 IB부문 수수료 비중은 6년 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부동산금융 규제에 칼날을 빼 들었다는 점도 부정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안에 증권사 순자본비율(NCR) 산정방식을 개선할 방침인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통한 부동산 시장 유동성 공급에 위험값이 현행보다 더 크게 매겨질 수도 있다.
그나마 올 상반기 예상 외의 증시 호조에 브로커리지 부문이 일부 회복하고, 시중금리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며 보유 채권에서 평가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부문의 경우 감원 외에는 연간 부서별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없을 거란 비관이 확산하고 있다"며 "일단 영업일선에서는 주식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증권(ETN) 등 최근 리테일에서 선호하는 파생상품 영업에 집중하도록 독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