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주가 일제히 하락…주주·주관사들도 '당혹'
주당 배정주식수·낮은 모회사 참여에 흥행 미지수
'해결사' 허민회 대표 시험대…스타트업 매물 물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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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가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구조 대전환을 다시금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규모 '깜짝 유증'에 CJ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신저가를 기록하며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그간 CJ CGV의 자금 조달을 도운 주관사들도 난처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CJ㈜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영화관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CJ의 'CGV 살리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일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3곳이다. 신주는 7470만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수(4772만8537주)의 1.75배 규모며 신주 발행 예정 가액은 7630원이다. 실권주는 우선적으로 초과 청약자에게 배정되며 이후에도 실권이 발생할 경우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모회사인 CJ㈜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600억원을 투입한다. 해당 증자와 별개로 CJ㈜는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전량에 대한 현물출자 증자를 통해 4500억원가량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과 CJ CGV 주식 맞교환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 CGV의 완전자회사가 된다. 두 차례 증자를 통해 CJ CGV는 약 1조권 규모의 자본 확충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CJ CGV의 '깜짝 유증' 발표 다음날인 21일, CJ CGV의 주가는 전일 대비 21% 하락해 주당 1만1440원에 마감했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된 2020년 3월 최저점(1만4037원)보다 낮다. 구원투수로 나선 CJ㈜의 주가도 이날 약 5% 하락했다. CJ ENM의 주가도 전일 대비 5.50%,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도 전일대비 각각 0.89%, 5.31% 떨어지는 등 그룹사 전반의 주가가 하향 마감했다.
CJ㈜ 측은 "CJ㈜가 CJ CGV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CJ CGV 수익성 개선으로 CJ그룹 전반적인 재무 상황을 정상화하려는 취지가 강하다"라며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은 금일 전반적으로 하락장이 이어진 여파도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22일에도 CJ CGV가 주가가 전일 대비 8.22% 하락해 1만500원 신저가로 마감했고 같은날 CJ㈜도 전일 대비 1.89% 하락 마감하는 등 '유증 쇼크' 여파가 이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 지주사를 비롯해 대다수 계열사들이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그룹 주가가 동시에 주저앉으면서 해당 종목을 담고 있던 운용역들이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같은 날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등 그룹 신용도에 대한 재점검이 진행되는 와중에 CJ CGV 유상증자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평도 나온다.
CJ 측은 이번 증자에 대해 "경영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라 CJ CGV가 극장의 미래를 견인하는 '미래 공간 사업자'로 거듭나게 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CJ CGV는 금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NEXT CGV' 전략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영화 상영에 치우친 극장 사업을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으로 혁신하고 4DX·스크린X 등 특수기술 기반의 상영관을 확대·수출하겠단 설명이다.
CJ가 재무구조 안정화와 미래산업 투자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CJ CGV 주주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 증자 규모가 상장 주식 수의 1.5배가 넘는 데다, 발행가가 7630원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 때문이다.
CJ㈜의 주주들은 지주사가 또 CJ CGV의 '구원투수'로 나섰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CJ㈜는 CGV에 3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했다. 2020년 8월 CJ CGV의 유상증자에 828억원 규모로 참여했고 12월엔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했다. 2021년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 사업 부문을 분할해 CJ CGV에 넘겼다. 이번 증자까지 고려하면 CJ는 3년간 CJ CGV에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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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CJ CGV의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서 대규모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은 난처한 분위기다. 해당 영구채의 대표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인수단으로 참여한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은 비율에 따라 미매각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약 2300억원어치의 실권주를 모두 떠안으면서 대규모 평가 손실 부담을 안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CJ㈜나 CJ CGV 측 모두에서 사전 정보공유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미매각 물량이 남아있는 증권사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사실상 유상증자 말고는 현재 CJ CGV가 자금을 추가 조달할 창구가 없긴 하겠지만, 지주사의 참여 비율도 낮고 결국 주주들한테 손을 빌리는 격이라 기존 조달 파트너들은 'CJ에 또 물먹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영구CB 발행 조건에 따르면 전환청구 전 발행사가 당시 시가를 하회하는 발행가액으로 유상증자 등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다. 이번 신주 예정발행가가 7630원으로 현재 CJ CGV의 주가보다 낮은 수준이라 업계에서는 영구CB의 전환가액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흥행 여부도 점치기 어렵다.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1주당 신주 1.4주가 배정되는데 2020년 유상증자 당시 1주당 0.5주를 배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많다. CJ CGV의 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많은 주식'을 받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 평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어서 이번 유상증자 주관사들도 극비에 진행했고 시장에 거짓 정보가 오가기도 했다"라며 "흥행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종목이다보니 일부 주관사에선 이번 유상증자 주관 건이 간신히 리스크 심사를 넘었다"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자금 수혈에도 영화관 업황 악화로 CJ CGV의 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CJ CGV의 부실이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 지원이 '성공'으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은 많이 회복됐지만 OTT로 영화 산업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고 비싸진 티켓값에 관객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코로나 이전 같은 수익성을 보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CJ CGV가 주식시장, 조달시장 모두에서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허민회 CJ CGV 대표가 이번 증자 거래에 이어 'NEXT CGV' 전략 시행까지 성공할 수 있을 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허 대표는 그룹내 '전략통'으로 2021년 CJ CGV에 온 뒤 여러 차례 시장 조달을 이어왔다. 최근 허 대표가 직접 그룹 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에 시너지가 날만한 스타트업 매물 문의를 넣는 등 'CGV 살리기'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현실(VR) 테마가 다시 뜨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영화관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신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 입장에선 CJ CGV가 아픈 손가락이지만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일군 계열사니 '버릴 수는 없는 카드'이고, 지금까지 외부 투자자들도 유치해온 탓에 무엇이든 증명해내야 하는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