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ㆍ수익성 낮은데다 주주환원책 실망감 크게 작용
주당 가치 경쟁사 대비 낮아...1.9조 증자가 가장 큰 원인
'잉여자본' 소각으로 주당 가치 및 주주환원율 높여야
-
신한금융지주가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며 연중 고점 대비 주가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주주환원책'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의 당면과제는 '잉여자본 해소'라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조9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확충했는데, 사외이사 수만 늘었을 뿐 주주가치와 실적엔 악영향만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시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 및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유럽 지역 기업설명회(IR)에 다녀왔다. 지난 4월 일본 방문에 이어 두 번째 해외 IR로, 런던ㆍ파리ㆍ암스테르담 등 주요 거점지역에서 투자자들을 만났다.
현지 투자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들의 질의는 한국 정부 및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 등에 집중됐다. 올해 실적 전망이나 향후 청사진, 주주환원책 등 신한금융 자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현재 국내 은행주 중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비선호하는 주식으로 꼽힌다. 2분기 들어 신한금융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700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크다. 1분기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도 24%로 가장 높다. 2분기 중 자사주 매입분 1500억원을 제외하면, 4대 금융 중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동시에 순매도한 종목도 신한금융 뿐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외국인들이 국내 은행주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연기금과 보험 등 국내 기관들은 장기 투자자 위주로 KB금융ㆍ하나금융 주식을 담았다"며 "신한금융은 낙폭과대로 유입된 개인 매수세를 제외하면 수급이 거의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한때 연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오르며 은행주 랠리를 주도했던 신한금융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쟁사 대비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밀리는 상황에서, 주주환원책마저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나오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
지난 1분기 신한금융 총 순이익은 1조3880억여원으로 KB금융 대비 1000억원가량 적었다. 은행은 근소하게 이익 규모가 앞섰지만, 이는 국민은행(6700억원)대비 신한은행(4600억원)이 충당금을 덜 쌓았기 때문이었다. 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완만했지만,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1.67%에서 올 1분기 1.59%로 급격히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비은행 실적의 핵심인 손해보험업을 신한금융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격차가 벌어지는 핵심 배경이 됐다.
주주환원에선 차이가 더 벌어졌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KB금융 주당 배당금은 3200원이다. 신한금융은 분기별로 균등하게 525원씩 총 2100원을 배당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총 연간 주주환원율 전망치는 KB금융이 33%로 4대 금융지주 중 압도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이 지난 4월 진행한 자사주 1500억원 매입 소각 역시 시기적으로 KB금융이 진행한 이후 마지못해 따라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분기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전체 순이익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주당 가치 격차는 컸다. 1분기 KB금융 주식 1주의 기본 주당순이익은 3754원으로 신한금융의 2552원 대비 47%나 많았다. 두 지주사의 자기자본은 56조원 안팎으로 비슷한데, 신한금융 상장주식수가 1억2000만여주나 많아서 생긴 차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1조9000억원을 유상증자하며 주식 수를 5660만주 늘렸다. 당시 발행 주식 수의 12%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해당 증자로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주요 주주가 됐고, 이들은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권을 얻었다.
다만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진 않았다. 신한금융은 늘어난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 주주환원율만 뚝 떨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증자만 없었어도 신한금융의 1분기 기준 연환산 ROE는 12%에 육박해 KB금융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며 "해당 자본을 인수합병(M&A) 등 성장에 활용하지 못한 것이 주주가치에 지금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시 증자가 없었다면 신한금융의 연간 주당 배당금도 분기당 590원, 연간 2360원으로 늘어난다. 현 주가 기준 시가배당률은 6.9%로, KB금융(6.7% 추정)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
신한금융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4월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게 잉여자본 축소를 위한 첫 걸음으로 해석된다. 당초 자사주 매입 기간을 3개월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첫 날부터 매 영업일마다 50억원 이상을 매수해 30영업일만에 매수를 끝났고 곧바로 소각까지 완료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분은 약 424만여주로, 증자 이전 주식 수로 돌아가려면 5200만여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해야 한다. 현 시세 기준 1조7000억여원 규모다.
자사주 소각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건 또 다른 자본 낭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일단 자사주로 매입한 뒤 외부 인수합병(M&A) 등 비유기적(Inorganic)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삼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우 회장 6년간 신한금융의 성장이 정체됐고, 이후 조용병 회장 6년 동안에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제외하면 외연 확대보다는 주주 구성 다양화에 집중한 경향이 있다"며 "진옥동 회장이 취임 이후 해외 IR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지난 수 년 간 주주들 사이에 누적된 불만을 달래줘야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