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장하면서 실적 배당까지?… 현실성 떨어진단 평
그럼 한국證 유상증자는 왜?…부동산 익스포저 커 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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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 2호가 탄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하면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장 늘어난 자본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보단 어떻게 활용할지부터 구상한다는 입장이다.
8조원 넘는 경우 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에 대해서도 아직은 '검토 중'이다. 이에 이번 유상증자는 부동산 업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계열사가 역량을 모아 완충 자본을 마련한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한국투자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은 7조6100억원으로 유상증자를 마치면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어선다.
국내에서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IB의 탄생은 미래에셋증권에 이은 두 번째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인 경우 IMA 관리 업무, 부동산 신탁 업무가 가능해지고 발행한도도 늘어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IMA등 신사업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 활용 방안에 대해 어디까지나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에선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방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2016년 구상했던 IMA사업은 8년째 공회전 중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워낸다며 야심차게 제도를 내놨지만 아직까지 시행세칙 및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IMA는 당초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초대형IB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현실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IMA란 고객의 예탁금을 증권사가 회사채 등 기업금융에 투자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돌려주는 통합계좌다.
IMA 계좌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고 투자 실적이 나면 이를 고객과 공유해야 한다. 손실 부담에 대한 위험을 증권사가 온전히 지는 구조로 IMA를 허용할 경우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증권사가 원금 보장을 위해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를 하게 되면 고객이 예금을 맡길 유인이 줄어든다. 고객 입장에선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받아야 투자처로써 매력이 있다. 저금리 이자를 받는다면 은행 예금 상품과 차별성이 적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보장해야 해 증권사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번 유상증자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계열사의 재무여력을 모아 한국투자증권에 재무적 버퍼(여력)를 만들어준 것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부동산 PF 잔고가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많다는 점이 부동산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계열사 합산 부동산 PF 잔고는 한국투자증권 2조600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1조원, 한국투자캐피탈 1조원 등으로 총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부실도 가장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000억원의 부동산 PF 충당금을 적립한 데 이어 2분기에 추가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직접 대출로 전환하려 유도하고 있어 부동산금융과 관련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은 증권사가 ABCP에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부동산 사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위험액의 18%만 순자본비율(NCR)에 반영됐지만, 1년 이상 장기대출로 전환되면 값이 32%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그룹사의 모든 역량을 한국투자증권에 모으는 모양새다. 작년 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000억원 규모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에 출자한 바 있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조67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한국투자증권에 지급했다. 이번엔 업황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한국투자캐피탈마저 힘을 싣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캐피탈 배당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지난 16일 한국투자캐피탈은 38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캐피탈에 4400억원을 출자한 지 3개월만에 이를 회수해 한국투자증권에 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