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별 차주 상황 상이한데…연쇄 부실 위험에 업권 리스크↑
캠코 외 민간 매각 풀리면 개인 연체율 관리 낮출 수 있단 분석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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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기평가 기간중 저축은행을 들여다보고 있는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못지않게 개인대출 연체율을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PF와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어 위험성이 큰 데다 최근 3년간 저축은행 전체 여신에서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PF 리스크의 경우 대주단 협약·자율협약 등으로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졌지만 개인대출 연체율 관리를 위한 장치는 미비한 점도 한몫한다.
신평사들은 저축은행 특성상 저신용자로 구성된 개인대출 차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취약차주 비중은 35%로 카드·캐피탈(15%), 은행·상호금융(5%)보다 크게 높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 관계자는 "저축은행 포트폴리오상 가계 대출채권 대부분 저신용자 대출이라 위험성이 높다"며 "이러한 요인이 실제로 저축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높은 취약차주 비중→높은 연체율'이라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평사들은 취약차주들이 금리·경기 변동에 취약해 현재 보이는 지표로 향후 연체율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한다.
NICE신용평가(나신평)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저신용 차주들은 경기가 바뀌었을 때 연체율이 급격하게 올랐다"며 "현재 연체율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서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별로 차주 구성 차이가 큰 점도 저축은행 업권 전체를 위험하게 보는 요소다.
나신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 형태도 비슷하고 차주 구성에도 큰 차이가 없어 업권 추세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은 은행별 차이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만에 하나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사태가 일어날 경우 심리적 요인에 의해 업계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저축은행도 신용평가 시 이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심상찮은 연체율 증가 속도에 연쇄 부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대출의 경우 대부분 담보가 있지만 개인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이고 저신용자를 시작으로 연쇄 부실이 나타날 개연성이 큰 만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한기평은 "저축은행업권서 상위권에 속하는 10개 내외 업체를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저신용자들에게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곳이 꽤 있다"며 "해당 업체들을 각별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개인 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외 민간에 팔 수 있도록 해 연체율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020년부터 은행·저축은행에서 발생한 개인 연체채권은 캠코에만 팔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규제로 캠코가 헐값에 매입한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논란이 일자 조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주 내에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민간에 팔 수 있도록 개정 협약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신평 관계자는 "캠코의 NPL(부실채권) 매각률은 20%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민간 매각이 풀린다면 개인대출 연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