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레버리지비율 125%... 출자여력 1兆도 채 안 돼
하나證 2.7兆 보통주 증자...지난해 ROE 2%대 불과
신종자본 활용 KB금융은 이중레버리지 12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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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자본활용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은행 주력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자본 확충 방법으로 보통주 증자를 고집하며 지주의 출자 여력이 지속적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 안팎으로, 규제비율(130%)을 부근을 5년 넘게 맴돌고 있다. 2015년 이후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세 차례나 감행하고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6%에서 110%로 줄어든 KB금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로 전년말 대비 소폭 상승했다. 1년 간 자기자본이 7700억원가량 늘었는데, 하나증권 유상증자 5000억원ㆍ하나손해보험 유상증자 1500억원ㆍ하나카드 잔여지분(15%) 인수 3300억원 등 1조원 가량을 자회사에 투입한 결과였다.
이는 KB금융(110%), 신한금융(115%) 등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이내에서 유지토록 권고하고 있다. 130%를 기준으로 한 하나금융지주의 출자여력은 9000억여원에 그친다.
하나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지난 2018년 14조6600억여원에서 2022년말 18조6200억여원으로 4조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회사출자총액은 18조원에서 23조원으로 5조원 증가했다. 매년 조 단위 순이익을 쌓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는데도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안팎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 출자여력 및 M&A를 통한 확장 여력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금융지주사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반기 배당 도입 등 선구적인 주주환원책에도 불구, 하나금융지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배경 중 하나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언급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하나금융이 3조원 안팎으로 언급되는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을 때,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자본여력을 근거로 지분 인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높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의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5년 간 지주로부터 가장 출자를 많이 받은 계열사는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2018년 3월 70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거의 매년 지주로부터 증자를 받았다. 최근 5년 간 증자 총액은 2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2017년말 1조9966억원으로 2조원에도 못 미쳤던 하나증권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5조8000억여원으로 커졌다. 자본 규모로만 보면 '탑5' 증권사인 KB증권과 체급이 같다.
신규 자회사 출자여력의 절반 이상을 증권에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당시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비은행 계열사 중 지주의 대규모 증자를 받을만한 덩치를 갖춘 조직이 증권 외에 마땅치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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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보면 방식과 결과 모두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는 신규 자회사 출자여력을 상당부분 소진했다. 출자 성과가 좋았던 것도 아니다. 증자 전인 2017년 7.3%였던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지배주주순이익 기준 단순 계산)는 2018년 대규모 증자 후 4.8%까지 떨어졌고, 유동성 초호황기였던 2021년에도 9.6%로 그룹 평균인 10%를 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2.2%에 그쳤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차후 하나증권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데 있어 KB금융의 사례를 참고할만 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KB증권의 자본확충을 '신종자본증권 인수'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부터 4차례에 걸쳐 64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KB금융지주는 이 중 약 53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인수했다. 지주의 자본은 투입했지만, 보통주 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올라가지 않았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현 KB증권)ㆍ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이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한때 129%까지 치솟았다. 이후 자사주를 활용한 주식교환ㆍ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부담을 줄였고, 2020년 이후로는 계열사 증자에 적극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며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1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만약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증권에 해준 2조7000억원의 보통주 증자 중 절반인 1조3500억원을 신종자본증권으로 지원했다고 가정하면, 현 시점 기준 자회사 출자총액은 21조9000억원으로 뚝 떨어지고 이중레버리지비율 역시 118%로 국내 금융지주 평균 수준이 된다. 이 경우 자회사 출자여력은 9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금융권에서는 지주 및 증권의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진들이 좀 더 효율적인 자본 활용 구조를 고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나증권에 대한 자본확충은 김정태 전 회장 재임 시기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영업 전문가였던 김 전 회장이 상대적으로 재무엔 약한 게 아니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첫 하나증권 증자 당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곽철승 전무였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의사결정은 이후승 부사장이 담당했다. 곽 전 CFO는 계열사 하나F&I 대표를 역임한 뒤 올 초 퇴임했고, 이 전 CFO는 현재 하나대체운용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22년엔 KB증권의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 자본확충이 시작된 시점이었던만큼, '벤치마크'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단 평가다.
2021년까지 증권의 CFO를 맡아 자본 확충 실무를 담당했던 이상훈 전 부사장은 2021년 퇴임했다. 그 뒤를 이은 박종무 상무는 현재 증권에서 지주로 자리를 옮겨 지주 CFO를 맡고 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으로 계열사 자본을 확충하면 이자 부담(회계상 배당) 증가로 계열사 활용자본이 일부 영향을 받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주의 출자 여력을 보존할 수 있는데다 계열사가 채권 금리 이상으로 ROE를 뽑아낼 수 있다면 자본 활용 효율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