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만 보고 사람부터 뽑고 보는 행태 지적
2년 전 IT·게임업계 '개발자 쟁탈전' 보는듯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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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챗GPT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AI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력은 부족한 데 비해 수요는 넘치면서 AI 분야 경력자를 '모셔오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과열화한 양상이다. 이러한 AI 인재 쟁탈전은 국내 통신 3사가 주도하고 있단 평가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통신 3사는 다이렉트 소싱(Direct Sourcing)을 통해 국내 AI 인력들을 물밑에서 활발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채용업계 관계자는 "회사 AI 인력들 중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잡 오퍼(Job Offer)'를 안 받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몇 없는 AI 인력들을 대기업에 빼앗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AI 컴퍼니 원년'으로 선언한 SK텔레콤(SKT)은 통신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인력 유치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적극성이 기업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15일 네이버클라우드는 SKT에 AI 핵심 인력을 빼가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네이버클라우드에서 AI 사업을 담당했던 정석근 전 총괄이 SKT 아메리카 대표로 이직한 이후 AI 이력들이 SKT로 대거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양사 간 오해가 있었다"며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SKT는 이달 들어 AI 관련 사업부 두 곳도 신설했다. 기존 에이닷추진단을 독립 사업부인 'AI 서비스 사업부'와 '글로벌/AI 테크 사업부'로 격상하며 외부 인재 영입뿐만 아니라 내부 인력들도 해당 부서로 재배치하는 등 AI에 힘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사 AT&T 출신의 데이터 전문가 황규별 전무를 최고데이터책임자(CDO)로 영입하며 AI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 2024년까지 AI 및 플랫폼 기술 개발 인력 200명을 채용하겠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T도 산학연 협의체인 'AI 원팀'을 통해 AI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석·박사 연구 인턴제와 함께 수시 채용 전환도 진행하고 있다. 즉시 투입 가능한 AI 경력자가 시장에 희소하다 보니, 아예 직접 양성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AI의 성장성만 바라보고 무작정 사람부터 뽑고 보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통신사 내부 관계자는 "AI 부서가 내부 인력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데, 시장의 관심과 다르게 내부에선 AI 부서를 기피한다"며 "사업 방향성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는데 인력들만 대거 배치하다 보니 혼란스러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AI 인재 쟁탈전이 과열화한 양상을 보이며 1~2년 전 IT·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한 개발자 '쟁탈전'을 보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채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 웃돈을 주고 모셔올 만큼 치열했던 개발자 채용 전쟁이 이제는 AI로 옮겨간 모양새"라며 "현재 개발자 채용 거품이 꺼지고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AI 인력도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