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금융회사, 소상공인 금융부담 경감 지원해야" 강조
카드업황 어려운데 혹여 압박 확산될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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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의 적극적인 상생금융 행보에 카드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혹여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카드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9일, 우리카드는 굿네이버스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상생금융 1호' 지원책 출시 기념식을 열었다. 우리카드는 이 자리에 직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초대하면서 22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책을 발표했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금리를 낮추고 전세사기 피해 고객에게 최대 70% 채무 감면을 실시하는 내용이 골자다. 소상공인이 사업자금 용도 기업카드 이용 시 대금의 1%를 할인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리카드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상생금융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상생금융 전담 조직·상담센터를 신설, 추가적인 지원책을 지속 발굴할 계획임을 공식화했다.
당국도 이에 호응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 소상공인은 새로운 대출을 받기도 기존 채무를 상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회사들은 '비 올 때 우산 뺏기' 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동반자적 입장에서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맞장구를 쳤다. 임 회장은 "상생 노력은 카드회사, 금융그룹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며 "앞으로도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금융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카드의 적극적인 상생 행보에 여타 카드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처음으로 상생금융 정책이 발표된 만큼 이를 시작으로 카드사 상생금융 활동이 확산될 것 같다"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카드업황이 좋지 않은데 시중은행처럼 지원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카드의 경우 관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당국 간 관계가 좋다 보니 먼저 초청한 것으로 안다"며 "금융당국에서 타 카드사들도 릴레이로 방문할지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종룡 회장을 앞세운 우리카드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생 목소리를 내는 데는 우리금융그룹이 어떤 금융지주사보다 금융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여타 카드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되지만 일단은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압박이 있을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C 카드사 관계자는 "선례가 생긴 만큼 카드사들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진 당국에서 직접적인 압박이 들어온 것은 아닌 만큼 (그전까지)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상생금융안을 내놓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D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카드의 상생금융안이) 갑작스럽게 발표된 만큼 지원 규모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상생 기조가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내부서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를 향한 불편한 시각도 엿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카드와 같이) 상생금융 정책이라고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을 뿐 그동안 피해·취약계층을 위한 이벤트성 지원은 해왔다"며 "(마련하라고 한다면) 더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갑작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