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높아지며 기업들이 자금 조달처로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주식자본시장(ECM) 부서의 일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표정이 마냥 밝지많은 않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이 자본 부담으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며 북(book)이 줄어든 까닭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 이어진 증시 호황기엔 총액인수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유상증자 주관 시 타 증권사들과의 공동주관을 선호하거나, 메자닌 발행시 실권주 인수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모집주선' 방식을 택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6월 단 한 달동안 새로 발표된 공모 유상증자만 1조원 규모가 넘는다. CJ CGV, SK이노베이션, SK쉴더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물론, 코스닥 중소기업들도 유상증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으면서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유상증자를 자금조달 창구로 선택했을 것이란 평가다. 

불과 2년 전 증시 호황기만 해도 유상증자는 주가에 일종의 호재로 작용했다. 기업의 신사업 투자 자금 조달 통로로 인식된 까닭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조달 자금의 대부분이 채무상환 목적이라 '악재'로 인식되는 중이다. CJ그룹은 CJ CGV의 유상증자 공시 다음날 시가총액이 6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발표 이래 주가가 18만원대에서 15만원 후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하락 가능성도 감수하려 했겠지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거부감이 다소 커진 모습"이라며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보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왜 꺼리는지를 이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발행을 도와야하는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위험을 줄이려는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CJ CGV 유상증자 대표 주관사 구성 사례가 대표적이다. CJ CGV 증자 주관은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맡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 중 제일 늦게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연초부터 딜의 밑그림을 그려왔고, 뒤늦게 주관사단 합류 요청을 받은 삼성증권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삼성증권을 주관사단에 포함시킨 것은 총액인수 부담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증시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다, 영화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아 실권주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주관사를 늘리면 그만큼 마케팅 부담 및 미청약분 인수 부담이 줄어든다.

불과 2년 전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엔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딜을 단독 주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21년 KB증권은 씨에스윈드의 46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하며 1분기 유상증자 주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에코프로비엠(6246억원), 솔루스첨단소재(2408억원) 유상증자 주관을 단독으로 맡으면서 주관 실적을 끌어올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호황이고 발행사 실적 전망이 밝을 경우엔 단독 주관 욕심을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타 증권사와 공동주관으로 나서야 내부 설득이 용이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수요가 늘어난 공모 메자닌 발행에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포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메자닌 발행시 주관이 아닌 모집주선으로 참여하고 싶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한 배경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의 CJ CGV 영구 전환사채(CB) 주관 건이 거론된다. 지난해 7월 미래에셋증권은 단독 대표주관사로 4000억원 규모의 CJ CGV의 영구 CB 발행을 도운 바 있다. 그러나 모집금액의 92%인 3689억원의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면서 해당 실권주를 미래에셋증권이 전량 인수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독 주관을 나섰다가 미매각 물량을 모두 떠안은 미래에셋증권이 역대 최대 규모의 메자닌 발행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수상을 한 것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라며 "메자닌 발행시 모집주선으로 들어가고 싶은 증권사들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