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두업체 PSR 7배ㆍPER 37배ㆍ마진율 20% 수준
2025년 매출 3배 뛰어 1500억 돼야 시총 1조 가능한데
이 기간 생산능력은 2배 오르는 수준...제품 가격은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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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이 3분의 1 수준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하니, 두산로보틱스는 4조원은 돼야 한다는 게 지금 시장에서 언급하는 유일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논리로 보인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
국내 협동로봇 업계 1위이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기업가치가 1조원 수준으로 언급됐으나 최근 로봇 테마주 열풍을 타고 3조~4조원까지도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동종기업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 단기 급등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수혜에 삼성전자 지분투자라는 변수가 합쳐져 주가가 1년 새 1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피)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큰 문제가 없다면 8월 초순 예심을 통과해 10월 전후로 상장을 완료하게 된다. 올해 IPO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 흔치 않던 '조 단위' 기업이자 대기업 계열사로 주목 받고 있다.
관건은 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을 얼마로 평가해주느냐 여부다. 일반적인 평가 기준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결손금은 8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두산로보틱스 공모가 산정에 주가매출액비율(PSR)이나 3~5년 후 이익 전망치에 주가순이익비율(PER)을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가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잣대인 PSR을 활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전례들이 있다. 앞서 2021년 케이카가 코스피에 입성할 때 PSR을 활용했다. 향후 예상 이익에 PER을 적용하는 방식은 적자 기업들이 이미 널리 사용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3년 후 예상 순이익에 업계 PER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상장했다.
하지만 펀더멘탈만 놓고보면 현재 세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에는 다소 '거품'이 끼어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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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에서는 PSR을 적용한다 해도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산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미국 로봇회사 테라다인 그룹이 협동로봇 글로벌 1위 유니버셜로봇을 인수할 때 PSR 7배를 적용했다. 테라다인 그룹의 현재 PSR은 5.5배이며, 글로벌 3위로 두산로보틱스보다 점유율이 두 배 가까이 높은 일본 화낙의 PSR은 5.7배이다.
두산로보틱스에 PSR 7배를 인정해준다해도, 올해 예상 매출액 590억원을 대입하면 기업가치는 4100억원에 머문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1분기 1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산로보스틱스가 PSR 7배로 기업가치 1조원이 되려면 매출액이 연 1500억원은 되어야 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450억원을 올렸다. 올해에 이어 2025년까지 매년 매출액이 30%씩 성장해도 2025년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현 PSR은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PSR은 올해 한때 200배가 넘었고, 현 주가 기준으로도 133배에 달한다. 2021년말까지만 해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 초 삼성전자가 투자를 결정한 이후 주가가 저점 대비 9배 오르며 이차전지 못지 않은 '테마주'가 됐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성장세는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 시장은 현재 산업용 로봇 시장의 2% 안팎을 점유하고 있지만, 향후 절반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2022년 2조2000억원에서 2025년 6조45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예측한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규모는 1600억원에서 4800억여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글로벌 점유율 3%, 국내 점유율 30%를 지켜낸다면 2025년 연매출 1500억원이 불가능하진 않다.
물론 이 경우 생산능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두산로보틱스는 2025년까지 생산능력(CAPEX)을 지난해의 두 배인 5000대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생산능력 확충 속도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후 지금의 3배, 5년 후 지금의 5배로 커지는데, 현 시점에선 점유율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으로 인해 로봇 대당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일본 화낙은 지난달부터 기존 가격 대비 15% 저렴하게 로봇 공급을 시작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올해 기존 모델보다 20% 저렴한 가성비 모델을 내놨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임원은 "현재 협동로봇 시장 전망만 보면 두산로보틱스 매출액이 내년 1000억, 내후년 1500억원을 가야 하는데, 경쟁으로 인해 숫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레인보우로보틱스도 2020년 증권신고서에선 2021년 매출액을 130억원, 2022년 매출액을 276억원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실현한 수치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로봇 선두업체들의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34~37배 사이에 형성돼있다. 시가총액 1조원 기준으로 역산하면 연간 순이익이 300억원 안팎은 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들 선두업체의 마진율은 약 20%로, 두산로보틱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이들의 마진율을 따라간다면 역시 매출액 1500억원 안팎에서 이 숫자를 맞출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보다 기업 규모가 작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2조원까지 오르며, 발행사는 물론 모기업인 두산의 눈이 높아졌을 수 있다"며 "공모 절차에 들어가면 흥행이야 하겠지만, 공모가를 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1분기 매출액(106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15% 성장한 수치로 로보틱스 사업도 계절성이 있어 연간 목표 수치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매각 여부는 결정된 바 없으며, 그 외 IPO 관련돼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