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證 부동산PF 부담 적지않아...자본 조달-지원 이슈
신종자본증권만으로 자본 확충엔 한계...증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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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사를 밝히면서 DGB금융이 시중은행 과점 구도를 타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우선 금융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진출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체급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과 비슷한 규모로 점포를 늘린다면 조단위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PF 부실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PF 뒷수습과 은행 점포망 확장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느냐가 의문의 핵심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대구은행의 전국 기준 시장점유율은 2%로 대구를 제외한 영업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대구은행의 점포 수는 출장소를 포함하여 199여 곳인데 이 중 대구 광역시에만 122곳이 있다. 전체 점포의 60%가 대구에 있는 것이다. 대구 지역을 중점으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전개하면서 전국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 대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리인상에 비롯된 수익성·건전성 타격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면, 우선 수도권 등 핵심 영업지에 점포 수를 늘리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다만 시중은행과 비슷한 체급을 맞추기 위해선 적지 않은 비용이 들 전망이다. 시중은행은 평균적으로 약700여곳의 점포를 보유 중이다. 대구은행과는 500여곳의 격차가 난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 한 점포당 개설 비용만 평균 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건비와 연간 운영비는 별도다. 점포를 천천히 늘리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쉽지 않고, 갑자기 늘리면 자본력과 인력 충원이 부담이 된다. 만약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점포망을 갖추려면, 점포 개설비만 조 단위가 소모된다.
대구은행의 체급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대구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3925억원으로 집계됐다.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연간 당기순이익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년간 쌓아야 하는 수준이다.
시기적으로도 확장을 나서기에 좋지 않은 분위기란 지적도 있다.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대구은행을 포함한 은행업권 전체가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DGB금융의 지난해 말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94%로 같은 지방금융지주인 BNK(0.45%)의 두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의 PF 부실 우려도 언급된다. 올해 1분기 중 증가한 DGB금융 고정이하여신의 약 90%도 하이투자증권 여신에 해당한다. 그동안 하이투자증권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으나 금리인상으로 시장이 얼어붙자 부실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영향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현재 DGB금융의 부동산PF 충당금 적립률은 13%다.
하이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우발부채 잔액은 약1조2000억원 자기자본의 86%를 차지한다. 질적으로도 회수가 어려운 중·후순위 브릿지론이 45%를 차지해 투자 회수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중·후순위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한국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중후순위 브릿지론 잔액이 5700억원으로 알려진다.
한신평이 올해 4월 발간한 '증권사 부동산금융 손실 시나리오 테스트'에 따르면 스트레스 시나리오상 하이투자증권의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건전성 지표)은 189.7%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투자증권이 차감해야할 대출채권은 4000억원 수준으로 추측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계산된 내용으로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나, 최근 시중금리의 상향 추세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결국 DGB금융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및 확장과, 하이투자증권의 부실화 방지를 위해 써야할 자금을 어떻게, 얼마나 조달할 지가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주들도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거란 관측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확충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는 높일 수 없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인한 배당 증가는 자본효율성을 줄이기도 한다.
지난 1분기말 기준 DGB금융지주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보유 현금은 2100억여원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9%로 현재 약 3300억원정도의 자회사 출자 여력이 남아있다. 현 시점에서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하이투자증권의 부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은행 확장 정책이 가능할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대구은행은 최근 5년간 정규직을 200여명(전체 직원의 약 7%)가량 줄이며 판관비 등을 효율화해왔는데, 시중은행 전환 후 점포 확장에 들어가면 그간 지속 하락해온 영업이익경비율(CIR)도 오름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보통주자본비율 기준 주주환원율(최대 40%) 목표치를 제시했는데, 주주들이 확장에 소요되는 비용을 어디까지 이해해줄지, 만약 증자가 필요하다면 이에 얼마나 부응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