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재무 건전성 낮고 자본 확충 필요해도 인기
IFRS17 효과로 3조 부르는 손보...오버밸류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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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금리 안정과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실적 개선을 기록한 보험사들이 M&A 시장서 매물로 주목받고 있다.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하는 금융지주와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인수전에 참여한 가운데, 일부 회사의 경우 2~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내세우는 등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보험사들의 가치를 두고 투자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회계제도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자본증식 효과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인수가가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비은행 확장이 다급한 금융지주의 참전으로 '호가'만 크게 뛰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KDB생명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참여를 검토하던 사모펀드인 파운틴헤드PE, WWG자산운용 등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업계에선 특히 하나금융의 참전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KDB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4번이나 매각을 철회했던 ‘5수생’이다. 자본건전성 수치가 낮고,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정부 딜(Deal)’이기 때문에 그간 투자시장에선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로 재무 건전성을 뜻하는 킥스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금융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하회한 101.6%다. 법정 최저 기준치인 100% 선을 간신히 넘겼다. 자본건전성 수치는 낮은데,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자본성증권 규모는 2억 달러(약 25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인 산은이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새 주인은 인수와 함께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KDB 인수를 검토했던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밸류가 망가져 지금은 가치가 떨어지는 매물”이라며 “산업은행 출신 인사(모피아)들이 많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MG손해보험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킥스 비율이 법정 기준치를 하회한 82.5%인 데다, 금융 당국이 회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금융위원회 산하의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과정을 주관하고 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당국과 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매각 리스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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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교보생명과 보험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는 MG손보 인수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일부 벌처펀드(기업구조조정펀드)도 매각 주관사를 통해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국내의 한 금융지주는 외국계 IB(투자은행)와 함께 ABL생명 및 동양생명에도 접촉하고 있다. 생보사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지주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보사 인수를 추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는 롯데손보 역시 연내 매각설이 떠오르고 있다. 앞서 악사손보는 교보생명과 지난 2020년부터 인수 협상을 시작했으나, 인수가를 둘러싼 의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경우 시장에서 3조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IFRS17 도입영향으로 부담 금리가 낮은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사보단 자산 증식 효과가 크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매물은 맞지만, 다소 언급되는 가격이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포트폴리오와 자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지주 전환을 노리는 금융사들도 일단 라이선스를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보험사들에 접촉하는 중이다.
결국 이 같은 보험업계 고평가는 매각을 흥행시켜야 하는 소유주들과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하는 금융지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에선 부실 자산을 떠안고 있는 보험사들이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더해 살 여력도 없는 회사들이 잇따라 노크하면서 밸류(기업가치)를 올려 놓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