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와는 거리감...8000억 자본확충도 필요
하나금융은 동양생명에 더 관심...추후 매물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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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의 KDB생명 인수전 참여가 보험사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인수전 완주 의지조차 의심하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황에서 일단 참전은 했지만, KDB생명의 내부 상황이 만만치 않아 자본 수혈 부담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단 우려가 많다. 하나생명과 합친다 해도 12위(자산 규모 기준)와 17위를 합쳐 10위를 만드는 수준인만큼,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도 어렵단 지적이다.
하나금융은 13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7일 본입찰에서 인수 후보로는 단독 입찰한 뒤 일주일만의 일이다. 다만 하나금융은 본입찰 당시 비구속적(Non-binding)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파운틴헤드 프라이빗에쿼티(PE), WWG자산운용 등이 본입찰에 최종 불참하며 하나금융이 단독 입찰자가 됐다.
현 시점에서 하나금융이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회에도 관련 안건이 부의되거나 승인된 바 없다. 일반적으로 우선협상자는 배타적인 실사 및 협상 권한을 부여받는 대가로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며, 이는 구속력 있는 계약의 조건이 된다. 다만 이번 거래의 경우 하나금융은 '구속력 없는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고도 단독 입찰자가 되며 이런 형태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은 "공시한대로 비구속적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사실 외에는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역시 "거래 관련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 측에서 실사 당시 자료 제출을 잘 안하는 등 협조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하나금융은 최고경영진의 비은행 확장 의지가 강력한데다, 매력적인 매물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나온 매물이다보니 일단 노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ㆍ하나손해보험을 통해 보험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실적은 아쉽다. 하나생명은 22개 국내 생명보험사 중 17위다.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올 1분기 국내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평균 50% 이상 늘었지만, 하나생명은 적자를 냈다. 하나손보 역시 3000억원이 넘는 지주의 증자 지원에도 불구,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DB생명은 일단 외견상 생보업계 12위 매물로, 올 1분기에도 3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하나생명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총자산은 3배,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2배다. 두 회사를 통합하면 단순 계산으로 업계 10위의 회사가 된다. 총자산은 흥국생명급으로, CSM은 ABL생명급으로 커진다. 전속 설계사 수도 현재 하나생명(116명)보다 10배 늘어나 1150명을 갖추게 되며, AIA생명(1133명)과 비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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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 매각이 추진된 이후, KDB생명 매각은 총 4차례나 무산됐다. 이번이 다섯번째 매각 시도였다. 지금까지 매각이 무산된 배경은 거의 비슷했다. 자본안정성이 이슈였다. KDB생명은 만성 자본 부족에 시달려왔다. 지금도 1000억원이 넘는 결손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규제비율 충족을 위해 유상증자가 급한 상황이다.
현재 KDB생명 경영권 지분(93%)의 가치는 2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산은의 금호생명 인수 금액(6500억원)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지분 인수 후 자금 수혈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KDB생명은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은 162%였는데, 새 규제 적용 후 47%로 급감한 까닭이다. 경과조치를 통해 일부 규제 적용을 유예받아 101%를 간신히 맞췄다. 킥스 비율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아야 한다.
권고치인 150%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5000억원, 경과조치 등을 고려하면 7000억~8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대주주 자금 수혈 없이 영업하며 치솟은 보완자본 규모도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 KDB생명의 보완자본 규모는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 후순위채 5290억원 등 7540억원에 이른다. 후순위채의 금리는 3.7~5.5%,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7.5%로, 매년 부담해야하는 이자 및 배당 규모만 현재 당기순이익의 10%에 달한다.
종합하면 지분 인수와 자본 수혈에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12위권, 최근 3년간 연간 당기순이익 평균치가 278억원인 회사에 1조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게 핵심이다. 지분 인수에 2000억원을 쓰고, 회사 정상화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건 '배 보다 배꼽'이라는 평도 나온다.
금융권 및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여러 보험사 매물들을 검토해왔다. 현 시점에서 업계 7위권 매물인 동양생명보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ABL생명 역시 내부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모두 중국 다자보험(옛 안방보험) 계열로, 중국 은행보험관리위원회 소관이다보니 패키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언급된다. 만약 하나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친다면 총자산 55조원의 업계 5위 대형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4위인 신한라이프와 어깨를 견주며, KB라이프보다 1.8배 덩치가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오버페이'(과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적이 있고, 경쟁사 대비 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도 높은 편이라 자회사 투자 여력이 1조원 이내로 제한된다"며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도 하나금융의 KDB생명 완주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