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자금 모집…펀드 결성 기한 신경쓰는 정책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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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산업은행은 총 1조원 규모의 2023년 정책지원펀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선정계획을 공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산업은행이 내건 '운용사 인센티브'였다. 연내 펀드를 목표결성금액 이상으로 결성할 경우 산업은행 앞으로 배분될 초과수익의 10% 금액을 운용사에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관리보수, 성과보수와는 별개로 제시됐다.
펀드 조기결성 여부는 그간 운용사 선정 단계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항목으로만 인정돼 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기관 대부분은 '펀드자금 소진 성과'를 중심으로 운용사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가령 지난해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이 주관한 혁신성장뉴딜펀드는 '운용사 추가 인센티브' 항목에 뉴딜분야에 대한 투자실적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뉴딜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인센티브 지급 비율이 높아지는 식이다. 지난해 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이 벤처펀드 결성을 활성화하고자 제시했던 인센티브 지급 안도 '투자목표 비율 달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산업은행의 인센티브 제안은 정책펀드의 결성이 무산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란 평가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오르면서 LP들의 움직임은 위축된 지 오래다. 쏠림현상 또한 심화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LP들은 바이오보단 유망한 섹터로 각광받는 2차전지 관련 프로젝트 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LP들은 국내 부동산 자산 위주로 투자처를 물색하기도 한다.
최근 펀드 결성에 애를 먹는 사례도 현실화하고 있다. K바이오·백신펀드(이하 백신펀드)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주도에 따라 결성이 추진됐던 해당 펀드는 결성 기한이던 지난해 12월을 한참 넘겼음에도, 기존 목표 규모 5000억원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1800억원 규모로 곧 출범을 앞두게 됐다. 선정된 GP 중 한 곳이던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GP 지위를 반납했다.
당시 백신펀드의 결성 기한이 연기된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통상 기한 내 펀드 결성에 실패하면 한동안 GP 선정에 있어 패널티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 주도로 바이오 산업 육성 목표를 내건 까닭에 이례적으로 펀드 결성 시한을 늘린 사례가 나타났다'라는 지적이 오갔다.
증권사 기업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태펀드가 계획하던 펀드 결성이 실패하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면서 정책기관들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정책펀드의 투자처는 부처별 정책과 관련있는 기업인 까닭에 LP들 입장에선 투자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펀드를 조기에 결성하면 자기들의 수익까지 일부 내놓겠다는 산업은행의 제안은 그만큼 현 시점에서 정책펀드 결성에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