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여권의 공세…'점유율 하락'까지 부담 커져
챗GPT·유튜브 전방위 위협…돌파구 찾기 쉽지 않아
본업 위축되며 AI 등 신사업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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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에서 '압도적 1위'였던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 점유율이 최근 챗GPT·유튜브 등의 공세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여권이 네이버를 겨냥해 검색광고 서비스 본격 손질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배가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해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본업'이 흔들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정보통신망법 개정(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윤두현 의원 대표발의)을 추진하고 있다. 포털 검색 결과 중 광고보다 비(非)광고성 정보를 더 상단에 배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광고에 치우친 네이버 검색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지난 11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는 검색 키워드 대부분을 광고로 도배하며 그에 따른 트래픽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올해 초부터 계속됐다. 앞서 3월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의 각종 도덕적 해이 사례를 거론하며 비판했고, 4월에도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세를 이어갔다.
한 여당 관계자는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라는 포털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고, 그런 부분을 개정하려는 것이 법안의 골자”라며 “구글, 챗GPT 등 글로벌 기업의 공세가 거센 것은 알지만 개정안의 취지는 기술의 발전 저해가 아니라 네이버가 지나친 광고 등으로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정치적 편향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 오해를 받을 내용들은 이번 법안에서 모두 뺐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네이버가 뉴스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실태 점검을 시작했다. 방통위는 실태점검 결과 네이버의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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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럽에 따르면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올해 1월 64.5%에서 5월 55.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구글의 점유율은 26.5%에서 34.8%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검색 점유율 하락은 네이버의 경쟁력 측면에서 치명적이란 평이다. 네이버는 세계 검색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는 구글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80%에 육박했던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PC 및 모바일) 점유율은 작년 63%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구글은 9%에서 31%로 급성장했다.
챗GPT의 등장과 동영상 기반 플랫폼 유튜브의 성장세가 네이버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10~20대를 중심으로 챗GPT,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검색 엔진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핵심 사업이 흔들리자 네이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네이버는 올 1분기 매출 2조2804억원을 올렸는데, 서치플랫폼(검색 광고) 부문이 8518억원(37.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커머스(6059억원), 핀테크(3182억원), 콘텐츠(4113억원)가 뒤를 잇는다. 1분기 서치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YoY)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커머스(45.5%), 핀테크(15.8%), 콘텐츠(94.0%) 등 성장률과 대조적이다.
네이버는 검색 점유율 방어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할 때 거치는 인증 단계를 대폭 간소화했다. 다음 달에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생성형 검색 서비스 큐(QUE)와 AI 챗봇, 기업 맞춤형 B2B AI 서비스 등을 출시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검색 점유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최근 네이버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쇄신 차원으로 검색 서비스 전면 개편까지 논의 중일 정도로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방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얼마나 빠르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회사는 작년 9월부터 시범 운영한 ‘트렌드토픽’ 서비스를 올 하반기 정식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정부 눈총 분위기에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네이버 트렌드토픽은 AI가 이용자의 구독정보와 카페·블로그·동영상 등의 이용내역을 바탕으로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는 서비스다. 정부와 여당은 트렌드토픽이 여론 조작 논란으로 폐지된 ‘실시간 검색어’의 부활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네이버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 도입계획에 따른 우려와 비판도 주시하며 뉴스포털과 관련한 주요 논란을 신문법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관계자는 "본업인 검색 사업이 흔들리니 전사 전략을 좌지우지하는 최고 경영진들도 AI 등 신사업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분위기"라며 "오픈 AI이용 비용이 빠르게 저렴해지고 있어 ‘하이퍼클로바X’의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