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SK리츠에 매각하며 1조 확보할 듯
롯데그룹도 일찍이 점포 매각하며 2조원에 달하는 현금 확보
리츠 설립 무산된 이마트만 후회?…분양시장 얼어붙으며 점포 매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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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대기업들의 리츠 활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계열사 리츠에 자산을 매각하면 부동산 소유권은 유지한 채 목돈 마련이 가능해 자금 조달에 유용하다. 최근 SK그룹이 계열사 리츠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일부 대기업에선 '더 일찍 리츠를 설립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점포를 매각하려고 해도 금리인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상장리츠를 준비하기도 했었는데 설립 타이밍을 놓쳐 후회가 막심할 것이란 관전평이 나온다. 경쟁사인 롯데는 리츠 상장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경기 이천 반도체 공장 내 수처리센터를 SK리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으로 투자 금액,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양수도 금액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이번 거래로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2조2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데 이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SK리츠가 SK하이닉스의 자금처로 부상하면서 관련업계에선 SK그룹이 리츠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란 평가가 나온다. 리츠를 활용해 자금 소요가 큰 계열사에 '목돈'을 마련해주고 있어서다. 계열사 리츠에 자산을 매각하면 그룹에서 소유권은 유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수처리센터는 계열사 리츠가 아니었다면 현금화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반적인 부동산이 아닌 인프라성 자산으로 SK하이닉스 자금 조달을 위해 SK리츠가 받아준 것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수처리센터는 거래가 드물어 가격 적정성을 따지기가 어렵고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유일한 임대인으로 임대료 산정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운용 관계자는 "수처리센터 거래는 사례를 찾기 힘들어서 수익률, 가격 산정 등에 있어 SK리츠가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재매각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가상각을 감안하고서라도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를 짜야한다. 일반 부동산 자산보다는 높은 수익률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성공적인 거래일 수 있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막대한 차입금 부담 및 설비투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처리센터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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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계는 리츠를 통한 자산유동화가 더욱 유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금을 확보해 재무부담을 덜 수 있고 금리인상기에 점포 매각이 쉽지 않아 생기는 고충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몇 년 전부터 '상장 리츠를 만들어서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까지 연이어 하락한 상황에서도 롯데리츠를 통한 자산유동화를 잇따라 추진,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롯데쇼핑은 유통사업 구조조정을 하기에 앞서 롯데리츠에 자산을 팔아 조 단위 자금을 마련했는데 악화된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였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현재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 등을 포함해 15개의 롯데쇼핑 관련 자산을 편입 중이다. 롯데쇼핑은 해당 자산들을 롯데리츠에 매각해 총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반면 리츠를 설립하지 않은 이마트는 아쉬움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자산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추진 중이지만 최근엔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가 관찰된다.
실제로 이마트는 이마트 중동점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3월, 이마트 중동점 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알비디케이콘스(RBDK)가 선정됐지만 올해 6월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악화로 차일피일 거래대금 지급을 미뤘지만 끝내 자금을 다 모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아직 거래가 결렬되진 않았으며 불발된다 하더라도 매각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선 이마트가 리츠가 있었다면 최소한 '못팔진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마트는 일찍이 리츠를 설립할 수 있었으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1년 이마트는 신세계와 관계사인 신세계프라퍼티를 중심으로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리츠AMC를 설립하는 계획을 논의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이후 수도권 알짜지역에 위치한 점포들이 줄줄이 외부에 매각됐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진작 리츠를 설립했어야 한다. 이미 5년 전부터 지방점포는 팔리지 않는 상황이고 수도권에 위치한 점포도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도권 점포는 오피스텔 등으로 개발 가능한 부지들 위주로 매각이 됐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서울에 위치한 점포도 팔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이커머스 사업 수익화가 더뎌 당분간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 앞으로도 자산유동화를 통해 재무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부동산 업황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신용등급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어 자금조달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