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상승으로 운용자산 큰 생보사 실적 큰 타격
금융당국 회계 가이드라인도 아직 변수...3분기까지 이어져
한창 불 붙은 보험사 M&A 시장도 영향 '아무것도 못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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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도 탈도 많은 보험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보험업계에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일단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영향을 크게 받은 1분기 대비 이익 감소는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어느 회사가 더 많은 충격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생명보험업 대비 손해보험업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손보사 주력상품의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비교적 높은 까닭이다. 반면 생명보험업은 지난해부터 판매에 주력해온 핵심 상품인 '단기납 종신보험'이 금융당국의 정조준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기준 삼성생명ㆍ한화생명ㆍ동양생명 등 3대 상장 생보사의 올해 2분기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6870억여원이다. 지난 1분기 1조2200억여원 대비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삼성생명 순이익이 1분기 7070억여원에서 2분기 372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며, 한화생명 역시 같은 기간 3570억원에서 2190억원으로 이익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DB손해보험 등 3대 상장 손보사의 올해 2분기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1840억여원으로, 1분기 1조3200억여원 대비 10%가량 줄어든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2분기 순익은 5150억여원으로 1분기(5800억여원)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DB손보(3870억원)와 현대해상(2830억원) 역시 1분기 대비 5~10% 정도 깎인 수준의 실적을 낼 전망이다. 2분기 순이익 규모로만 따지면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을 넘어서는 셈이다.
하우스에 따라서는 좀 더 극적으로 전망이 갈린 곳도 있다. KB증권은 손보사들의 경우 컨센서스 대비 이익이 소폭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생보사들의 경우 컨센서스 대비 10% 이상 순익이 더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보사의 경우 보험 이익 대비 운용자산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투자부문의 이익 변동에 민감한데, 2분기 중 시중금리가 오르며 평가손실이 반영됐을 거란 추정이다. KB증권은 2분기 3대 상장 생보사의 투자손익 합계가 1220억원으로 1분기 1조430억원 대비 8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수익률은 생보사 평균 2.7% 손보사 평균 2.6%로 엇비슷하지만 생보사 운용자산 규모가 손보사 대비 2배 이상 많아 반영되는 손익도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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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당국의 CSM 가이드라인이 미칠 영향이다. 새 회계기준은 미래 예상 이익인 CSM을 산정함에 있어 회사의 자율성을 상당부분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가 지나치게 긍정적인 전망 하에 과다하게 CSM을 계산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 발표 이후 일부 보험사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일단 큰 이슈는 3분기 실적 발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가장 논란이 큰 실손보험 관련 가이드라인이 3분기 적용 예정인 까닭이다.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 변경'으로 보고 전년동기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 재무제표에도 반영하는 '소급법'을 적용할 지, '회계측정 변경'으로 보고 앞으로의 재무제표에만 반영하는 '전진법'을 적용할 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2분기 실적에 회사별로 '예실차'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 실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예실차는 상품 설계 당시 예상치와 실제 수치간의 차이를 뜻한다. 예컨데 상품 설계 당시 예상 해약률보다 실제 해약률이 높게 나오면, 회사가 예상보다 더 손실을 보게 된 것이므로 예실차를 반영해 CSM를 조정하게 된다.
문제는 1분기에 생보ㆍ손보를 막론하고 신계약 CSM을 매우 높게 반영했다는 점이다. 보통 신계약은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계약 가치가 기존 보유계약 대비 지나치게 월등하다는 점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물론 새 회계제도 적용을 앞두고 각 보험사들이 CSM 산정에 유리한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 영향도 있으나, 그 격차가 이해 못 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판매하는 계약의 CSM 배수가 기존 계약보다 높은데 이렇게 배수가 큰 계약들은 그만큼 해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익의 안정성이 훼손될 것임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이 최근 생보사의 주력상품인 단기납 종신보험에 규제의 칼을 빼든 건 향후 생보사 실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요소로 꼽힌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ㆍ7년ㆍ10년 등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금액을 집중적으로 납부하고, 추후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납부기간 중 해약하면 환급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저해지), 아예 지급하지 않는(무해지) 상품을 주로 판매해왔다. 이 상품들은 현 회계제도에서 미래 예상 수익(CSM)이 매우 높게 잡힌다.
금융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이 사실상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대부분의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은 7년납 기준 납입이 끝나는 순간 최소 납입금의 103% 이상의 환급금이 보장된다. 여기에 '납입 완료 보너스' 등이 추가로 붙어 10년 시점 환급률은 최소 110%, 20년 시점 환급금은 최고 130% 수준이 된다.
이 상품의 경우 가입 고객들이 중간에 해약을 많이 하면 할수록 보험사에 이익이 되는 구조다. 때문에 1분기 CSM 산정 때 일부 생보사는 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초기 예상 해약률을 높여 잡아 CSM을 뻥튀기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중도 해지시 환급금이 거의 없다는 내용 때문에 '불완전 판매' 민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예상 해약률을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설정하고, 환급금도 납입금의 100% 이하로 조정해 저축성 상품으로 인식되지 않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올해 생보사 종신보험 전체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주력 상품이다. 규제가 도입되면 영업은 물론 CSM 조정으로 인한 순이익 규모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분석이다.
보험사 CSM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며, 한창 불이 붙은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분기 예실차, 3분기 실손보험 CSM 조정 등 실적은 물론, 자기자본에 큰 영향을 주는 굵직한 회계 이슈들이 이어지며 '눈 앞의 실적'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주력 상품의 민감한 내용까지 인수 후보에게 공개하진 않는데, 이 말은 회계기준 및 가이드라인 등 현재진행형인 이슈에 따라 순이익 규모 및 자기자본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뜻"이라며 "신 지급여력비율(K-ICS)을 맞추기 위해 국내계열 중소형사들은 대부분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 보험사를 사려는 쪽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