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정보 제공 이뤄지지 않고
콜옵션·리픽싱 옵션 악용 지적돼
금융위 "중소기업 자금조달 수단인 점 균형있게 고려해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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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을 비롯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전환사채 발행·유통 시장 투명성을 제고해 불공정거래를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만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부여 자체를 막는 등의 과도한 규제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0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전환사채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방안' 세미나에서 "전환사채는 대부분 사모형태로 발행되는 특성에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환사채에 부여된 콜옵션·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등 조건으로 불공정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콜옵션 등 기업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환사채 등 주식연계채권은 대부분 사모 발행 형태다. 지난 2012년 이전까지 건수 기준 공모 비중이 25% 이상이었으나 2013년부터 감소세를 보였고 올 상반기 발행된 주식관련사채 214건 중 공모 형태는 5건에 불과했다. 사모 전환사채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납입기일 하루 전이나 당일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에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 유상증자와 동일하게 발행 이사회 결의 이후 납입기일 1주일 전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한 공시를 의무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전환사채 상당수는 콜옵션을 포함해 발행되고 있는데,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 지분 확보가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콜옵션 행사자에 대해서도 주로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 공시되고 추후 콜옵션 행사자가 지정돼도 공시의무가 없어 정보 제공이 불투명하다는 점 역시 함께 언급됐다.
개선방안으로는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할 경우 행사자와 대가 수수 여부 등을 공시하도록 하거나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콜옵션 무상양도·매매 혹은 콜옵션 부여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리픽싱 역시 국내 시장에서 보이는 특수한 옵션 중 하나다. 김필규 연구원은 "해외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 행사가격을 재산정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국내 전환사채는 리픽싱과 같은 옵션 등으로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주총 특별결의'를 얻은 개별 전환사채 발행건에 한해서만 최초 전환가액의 70% 미만으로 조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규정상 정관에 미리 규정한 경우에도 70% 미만으로 하향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정관에 따라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70% 미만의 하향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자본총계의 20% 이내로 전환사채 발행한도는 자본총계 10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다만 혁신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정상적인 전환사채 시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규제가 가해지면 자금조달 경색이라는 역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은 "우량한 기업은 리픽싱 옵션 없이도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며 "론이 어려워 전환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 역시 "적시에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하는 소규모 혁신 기업 상황을 고려하면 전환사채 발행 절차는 비교적 쉽게 이뤄져야 한다"며 발행한도 제한 등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에 금융위는 전환사채의 본래 취지는 살리되 불공정거래로 악용되는 부분을 막을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비롯해 ▲현승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