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나아졌지만 계열사 추가 자금조달 필요할 듯
증자·자산매각 가능성 주목…시장 시선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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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은 작년 이후 시장의 유동성 기근에 애를 먹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말 연초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 현금창출력 악화 등 부담 요소가 많아 계속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시장에선 SK그룹이 유상증자를 비롯해 자산매각, 해외법인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반감, 다시 유동성 블랙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마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다. 실적이 안정적인 SK텔레콤, SK가스 등은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적기에 확보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은 각각 교환사채(EB)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필요 자금을 확충했다. 성장 산업인 SK온, SK팜테코는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를 진행했다.
SK㈜도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다. 그간 활발한 확장 행보에 돈을 많이 썼는데,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배당금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 유지 부담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계열사들도 꾸준히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시 대규모 증자 카드를 꺼낼지 관심사다.
아직 계열사들의 자금 상황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부채비율 상승 부담도 큰 만큼 증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들어 증시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며 SK그룹이 다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증권사 기업금융(IB) 관계자는 "연초부터 SK그룹 전 계열사에서 한 번씩 유상증자 안을 두고 고민해왔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SK그룹 전체적으로 자금이 필요한데 일부 계열사에서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조단위 유상증자는 시장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 제3자 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주주배정 방식을 취하자니 기존 주주들의 부담이 생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주주들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계열사가 증자하려면 그룹과 조율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간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임원은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증자를 하긴 했지만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성격을 띠다 보니 주가는 금세 다시 반등했다"며 "그러나 당장의 유동성 부족만을 위해 주주들에 손을 벌리는 경우라면 주가 폭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자산 매각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있다. 그룹의 논카본(친환경) 기조에 따라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비주력 자산을 파는 것이 자금 확보, 사업 효율화 측면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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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SK그룹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워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했다. 시장을 선도하며 자금을 빨아들이는 사이 대형 금융사과 기관들의 SK그룹 계열한도가 목전까지 찼다. SK그룹의 행보에 자본시장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지만, 회수에 애를 먹는 사례도 많다.
조건을 쥐어짜는 투자유치 방식보다는 아예 회사나 사업부를 매각하는 편이 잡음이 적다는 것이다. SK팜테코는 투자를 받지만, 그 상대방은 대형 사모펀드(PEF)가 아니라 브레인자산운용이다. 잔뼈가 굵은 대형 PEF엔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어려우니,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곳과 손을 잡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황 부진에 빠진 SK지오센트릭 활용 여부에도 시선이 모인다.
연초 SK디앤디는 증자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강남역 오피스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SKC는 작년 PET필름사업, 올해 SK피유코어와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 등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일각에선 SKC가 쿠웨이트 PIC와 설립한 합작사(JV)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활용 여부에 주목한다. SK하이닉스는 수처리 센터를 SK리츠에 넘겨 조단위 자금을 확보했다.
단순 투자지분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SK그룹은 올해 초 동남아투자법인이 갖고 있는 빈그룹, 마산그룹 등 투자 지분 매각을 검토했다. 이후 자금 사정이 조금 나아지며 매각 의지는 줄었지만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대상이란 평가다. SK㈜는 미국 브라조스 미드스트림 등 에너지 사업들에 자금을 댔는데, 이런 투자 지분들도 상황을 살펴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SK그룹에 대한 피로감이 토로되고 있지만 SK를 제외하면 또 마땅한 빅딜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SK그룹 거래에 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