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2배 거둘 듯…3兆 넘겨 종투사 지위가 목표
국내외 부동산 자산재평가도…충당금 리스크 커지자
계열사 6곳 사내유보금 배당금으로 전환 계획 논의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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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신증권이 을지로 본사 사옥인 대신343(옛 대신파이낸스센터)을 비롯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부동산을 매각하고, 대신에프앤아이ㆍ대신자산운용 등 계열사의 유보금을 배당금으로 거둬들일 예정이다.
현재 2조원대 초반인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까지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위를 얻기 위해서다. 자기자본 1조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종투사 진입을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다. 종투사가 되면 외환 관련 업무를 확대해 리테일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자산운용사 등 3~4곳과 을지로 본사 사옥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부동산도 매각을 위해 자산재평가 준비 과정을 밟는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대신343 건물은 매각 제안이 꾸준히 있었다. 작년에도 여러 곳이 대신증권에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달 초 대신증권이 부동산 시장에 실제 시세를 물어보는 등 티핑하기 시작하면서 매각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을지로 본사는 지난해 임대료만 약 200억원에 달하는 알짜 건물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6년 명동중앙극장 부지를 인수해 지하 7층~지상 26층, 연면적 5만3328㎡ 규모의 대신파이낸스센터를 완공한 이후 매년 수백억원의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매각 금액은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앞서 대신증권이 지난 2014년 약 1400억원에 부지를 매입해 1000억원대 공사비를 들인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대신증권이 알짜 건물을 파는 이유는 자산규모 3조원을 넘겨 금융 당국 인가를 받아 종투사 지위를 얻기 위함이다. 일명 ‘3조 클럽’으로 불리는 종투사가 되면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할 수 있고, 기업 신용공여 한도도 기존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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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특히 대신증권은 종투사 이상의 증권사들만 시행할 수 있는 ‘일반 환전 업무’를 노리는 상황이다. 이달 초 금융 당국이 종투사들이 일반 환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외국환 거래 규정’을 개정하자, 임원진들이 내부 회의를 거쳐 보유 현금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존 환전 업무는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추고 단기 금융 업무 인가를 받은 회사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지금까지 일반 환전 업무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ㆍ한국투자ㆍNHㆍKB 등 4곳이 전부다. 4곳 이외의 증권사들은 외환 관련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고객을 대상으로 환전 서비스를 실시해 리테일 수익을 확대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사의 환전 관련 수익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 이후부터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증권사들도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포트폴리오에 은행이 있는 지주회사 소속의 증권사들은 계열사 은행의 환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직접 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신증권은 을지로 사옥을 매각해도 3조원대를 안정적으로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22년 말 연결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7000억원이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2조원을 간신히 넘긴 2조49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해외부동산 리스크와 부동산PF 등 리스크를 고려해 충당금을 쌓으면, 본사를 7000억원대에 매각해도 3조원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과 하나, 메리츠, 대신증권 등은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신증권은 계열사들의 유보 현금을 배당 형태로 받아 나머지 금액을 채울 계획이다. 현재 대신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9개 자회사 중 6곳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있는 증권사 중 자산규모가 2조원대인 곳은 대신증권 밖에 없고, 그나마 가까운 1조원대의 회사가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등 3곳”이라며 “대신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당장 현금을 창출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종투사 지정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으며 사옥 매각 등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