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이 투자자 측 금융위원장ㆍ금감원장 등에 손해배상 소송
법조계 일각서 론스타ㆍ외환은행 사건 언급하는 목소리도
당국, 테라ㆍ루나 소송 여부에도 '촉각'…사법 리스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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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 당국이 코인발(發) 소송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신고수리 문제로 투자자들이 금융위원장ㆍ금융감독원장 등 기관장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테라ㆍ루나' 사태 투자자들 역시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 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코인 투자 손실과 관련한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주부터 고파이피해자연대로부터 제기된 손해배상청구 건을 두고 국내 로펌들에게 수임 의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파이는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다. 고파이피해자연대는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박정훈 FIU(금융정보분석원)원장 등을 상대로 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당국이 고팍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고파이에 묶인 566억원의 자금이 인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 접수일로부터 45일 내(4월 19일)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해야 했다. 그러나 고팍스를 인수하는 바이낸스가 현재 자금세탁 문제 등으로 미국ㆍ영국ㆍ네덜란드ㆍ프랑스 등 국가에서 규제 이슈에 휘말려 있어 이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에서 영업을 못하도록 요청한 상황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해당 손해배상 소송을 ‘민원성’으로 판단,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피해자 측의 수리지연 사유를 묻는 공개 질의서와 소송 서류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해당 민원이 진정되기는커녕 소송을 통해 사법 리스크로 번지게 되자, 대비 차원에서 로펌들과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상금 증가 가능성과 글로벌 회사인 바이낸스의 ISD(투자자 국가간 소송) 제기 가능성 등이 논의 주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바이낸스와 가상화폐 투자자 측이 국제 재판을 통해 금융 당국의 신고 지연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게 되면, 사건 규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해외 투자자 일부가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건처럼 이번 이슈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로 끌고 간다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처음엔 해당 사건을 안일하게 대응하던 금감원 측도 이젠 불안해 하는 기류가 느껴진다”며 “이미 법무 예산의 상당한 부분이 글로벌 소송, 그중에서도 미국 로펌에 쓰이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파이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소송 규모와 피해 금액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ㆍ루나' 사태 역시 당국을 긴장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남부지법은 현재 테라ㆍ루나 폭락 사건과 관련해 루나 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루나가 증권으로 인정될 경우, 코인 투자자들이 금융 당국을 상대로 직무 유기를 묻는 국가 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입장이다.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되면 결국 불법 증권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건데, 이는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법상 명시된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역시 국내 특금법 산하에 놓여있고, 이 역시 금융 당국의 관할”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 담당 변호사도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코인 관련 소송 중, 신현성을 비롯해 우리나라 인물이 3명이나 엮여 있다”며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인데, 한국 제도와 금융 당국이 언급되는 빈도가 잦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돼 당국 책임이 강화된 것도 사법 리스크로 인식된다. 인력은 부족한데 감독ㆍ검사 및 조치에 대한 책임은 늘어나면서 당국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조직 체계가 전무하다보니, 관련 업무에 대한 체계가 미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