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목표주가가 90만원?...리서치가 부추기는 FOMO
입력 2023.07.25 10:15|수정 2023.07.25 10:18
    취재노트
    한국證, 이전 대비 80% 상향 제시...'리튬 가치만 주당 20만원'
    투자업계선 떨떠름..."리서치가 앞장서 시장 불균형 조장한다"
    2021년 삼성전자, 2011년 OCI...과감한 목표 주가 상향이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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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증권이 25일 포스코홀딩스의 목표주가를 90만원으로 제시했다. 불과 3주간 73%나 폭등한 주식이 아직도 4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제시한 목표 주가는 기존 목표 주가(50만원) 대비 80% 상향 조정된 것이기도 하다.

      목표 주가 상향의 논리는 간단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최근 10년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는 0.3배에서 0.6배 사이였다. 목표 주가도 PBR 0.6배에 맞춰 정해지곤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에 제시했던 PBR 0.6배의 밸류에이션 목표를 PBR 1배로 높이고, 여기에 리튬 가치를 주당 20만원으로 산정해 더했다.

      주당 리튬 가치는 5년 뒤인 2028년의 예상 수치를 가져왔다.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리튬 관련 자회사의 연간 생산 능력을 42만톤으로 가정하고, 리튬 가격이 현재 대비 20%가량 하락한다고 가정해 매출 및 이익을 계산한 뒤, 여기에 주가순이익비율(PER) 10배를 곱해 리튬 자회사의 예상 가치를 26조원으로 산정했다. 이 26조원을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 수로 나눈 게 주당 20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독보적일 뿐, 다른 주요 증권사 리서치들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최근 BNK투자증권은 85만원, 삼성증권은 80만원, 키움증권은 73만원의 목표 주가를 제시했다. 기존 목표 주가 대비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80%까지 상향한 수치다.

      해당 리포트를 받아든 바이사이드(buy-side)의 투자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다분히 개인투자자들을 의식한 리포트로 보인다"라며 "리서치가 앞장서서 포모(FOMO;소외에 대한 공포감)을 자극하는 것인데, 이차전지 테마주만 폭등하고 나머지 주식은 수급 불균형으로 폭락하는 기형적인 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은 3년 전에도 주가꿈비율(PDR) 리포트를 발간하고 특허도 출원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때가 유동성 장세의 종반부였다"며 "올해 주식시장을 상저하고(상반기 하락장, 하반기 강세장)로 예측했다가 완전히 틀렸던 증권사들이, 5년 후의 시장을 예측해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문사 운용역은 "이번 이차전지 테마주 폭등장에서 다소 일찍 숏포지션(매도)을 잡았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의 재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단기 급등한 부분이 있다"며 "경험적으로 보면 손실을 본 기관의 숏커버링이 해당 테마 상승장의 마지막인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단기 급등한 주식에 대해 증권사 리서치들이 급하게, 과감하게 목표 주가를 올렸을 때가 해당 종목의 '꼭지'인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2021년 1월 삼성전자만 해도 그렇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 테마를 타고 반도체에 대한 기대 심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2020년 3월 4만원대 초반까지 빠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반 년만에 9만원까지 오르자, 각 증권사 리서치들은 부랴부랴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최고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그게 고점이었다. 2021년 1월 이후 2022년 9월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2년 가까이 계단식으로 하락했다. 한때 5만원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후 업황 호전에 대한 기대로 다시 상승세를 띄긴 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7만~8만원 사이 박스권에 갇혀있는 신세다.

      2011년 OCI(현 OCI홀딩스)도 그랬다. 당시 태양광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의 주가가 폭등했다. 2010년 5월 16만원이었던 주가가 1년 만에 3배 이상인 52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모두가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화석연료와 같아짐)를 외치며 태양광이 차세대 주력 발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두가 환호하던 2011년 5월, 삼성증권이 OCI의 목표 주가를 89만원으로 제시했다. 하나대투증권(현 하나증권) 등 다른 리서치들도 비슷한 목표 주가를 내놨다. 당시 국제 폴리실리콘 시세가 하락세였는데, '기본적으로 폴리실리콘이 저렴해져야 시장이 더 커진다'는 논리로 이를 덮었다. 

      그리고 결과는 참혹했다. 2011년 5월 사상 최고점을 찍은 OCI 주가는 그 뒤로 폭락을 거듭했다. 2020년 3월 최저가는 불과 2만1000원이었다.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마이너스(-) 9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