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임기에도 영향?…전례에 기대감은 그닥
"최정우 회장, 아직 연임 의사 안 밝혀"…연말쯤에나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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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시민 경영 5년 동안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속성장이 가능한 체계로 전환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 5주년을 기념하며 24일 이같이 성과를 강조했다. 같은 날 포스코그룹은 상반기 호실적과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비철강' 부문의 수익 확대 가능성 등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내년 만료될 임기 완주 여부조차 불확실했던 최정우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포스코그룹은 2000년 민영화됐지만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정권 입김에 좌우된다는 인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유상부(5대), 이구택(6대), 정준양(7대), 권오준(8대) 전 회장들 모두 정권 교체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했다.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7월 포스코그룹의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는 내년 3월로 연장됐다.
그간 최정우 회장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 제기돼 왔다.
2021년 잇따라 발생한 산업재해에 최정우 회장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졌다. 통상 포스코그룹 회장들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온 까닭에 최정우 회장 또한 연임이 기정사실화했으나, 중도 사퇴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엔 태풍 힌남노 피해에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최정우 회장이 여가를 즐겼던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문제삼으며 최 회장의 임기 완주가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오갔다.
한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의 지분이 높은 KT그룹이 늘 비교군으로 꼽힌다"라며 "구현모 KT 전 대표가 정치권 줄을 잘못 잡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라고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최정우 회장 또한 이러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철강'이 중심이던 포스코그룹의 체질이 변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후한 2차전지 소재 부문을 육성해온 것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2분기 포스코홀딩스 컨퍼런스콜에서는 리튬 가격 중장기 전망, 염수리튬 생산 능력 변화, 생산된 리튬 물량이 판매되는 시기 등과 같은 내용의 질문이 이어졌다.
주식시장 또한 반응하고 있다. 2차전지 상승 랠리가 이어진 이래 포스코그룹의 주가 또한 신고가를 찍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컨콜이 진행된 24일 포스코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 합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다음날인 25일도 해당 계열사들의 주가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포스코의 체질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2019년경 국책은행과 만나는 자리에서 "철강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다른 원자재 사업을 기반으로 생존하겠다"라고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소위 '신의 한 수'라 불리우는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 광권 인수 건은 당시에만 하더라도 '실패한 딜'이라는 인식이 짙었다. 활용법에 대한 의문이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 구축을 지속했다.
2차전지 랠리에 올라탄 지금, 포스코그룹의 수장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CEO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간의 수장 교체 전례에 임기 완주는 물론 연임 여부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과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2년 남기고 돌연 사임을 선언했을 때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40만원대로 나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포스코그룹 출신 한 관계자는 "준(準)공기업 이미지가 남아있고 국민연금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정치권에서 CEO를 내정할 것이다. 집권여당과 친분이 있는 사내 인사가 갑자기 CEO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았다"라며 "지금의 최정우 회장도 집권여당 특정인과 친분이 있어 버티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되는 와중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KT, 포스코, 한전, 도로공사 정도가 정치권에서 챙겨줘야하는 사람들 중에서 CEO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수장 자리에 오르는 BIG4로 거론된다"라며 "포스코 정도 되는 대기업이라면 기술적 전문성보단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과 인적자원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서 연임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최 회장 연임 여부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20년 정도에 최정우 회장이 연임을 희망한다는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할 올해말 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