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투자풀, 증권사 OCIO에 문 열까 '고민'...해외 대체투자 손실이 배경
입력 2023.07.28 07:00
    연기금 투자풀 수익률 악화…내부선 증권사 진입 허용 고민
    투자풀 수탁고는 14%씩 성장하는데 작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해외 부동산 상각 고려하면 대체투자 부문 손실 더욱 커져
    증권사 "투자풀 주간사, OCIO 키우기 위한 최적의 기회"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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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4대 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금들을 모아(pool) 운용하는 ‘연기금 투자풀’에 증권사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부문이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연기금 투자풀을 운용하고 있는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이 저조한 까닭이다. 해외 대체투자 손실이 수익률 부진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연기금 투자풀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은 '새로운 운용주체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이르면 내년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에 입찰 자격이 주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직을 정비하는 중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및 63개 연기금들은 최근 투자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간사 자격을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년 총 수탁고는 증가하는 반면 운용수익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연기금 투자풀은 4대 기금을 제외하고 군인연금 등 63곳의 중소 연기금이 지정된 민간운용사에 재간접 펀드로 자금을 맡기는 제도다.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28조원, 19조원씩 총 47조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당국 주장에 따라 운용사에만 투자를 일임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낮아 새 메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총 수탁고는 지난 2017년 약 18조원에서 매년 5~6%씩 성장, 올해만 14.4% 늘었다. 다만 수익률은 혼합형 기준으로 1%대에 머물러, 연기금 투자풀 집합투자기구평가회사를 비롯한 당국 내부에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기금 투자풀에서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MMF(머니마켓펀드) 부문 수익률은 2.34%를 기록했으며,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채권 부문도 -1.6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23.44%) ▲해외주식(-11.77%) ▲해외채권(-11.65%) ▲혼합형(-6.76%) ▲대체투자(-11.40%)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금융시장을 덮친 해외 상업용부동산 부실 위험도 올해 연기금 수익률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증가한 것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부실화 사례는 올해 하반기부터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실제로 오피스 빌딩 투자 펀드를 조성했던 국내 운용사들은 자산 대부분을 상각 처리하는 분위기다. 

      주간 운용사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해외 대체투자 자산 비중을 확대해 왔다. 대체투자 설정액은 2018년 13억원 규모에서 2022년 1429억원까지 늘었다. 앞서 기재부 측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내채권 위주에서 벗어나, 해외투자 등 투자 대상을 다변화해달라고 권고한 까닭이다.

      주간 운용사의 계약기간은 4년이지만, 기재부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해촉' 처분까지도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현재 주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21년 선정돼 2025년까지 자금을 운용한다. 

      다만 이들이 기재부 성과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해촉될 경우, 대체 운용사를 뽑는 절차가 곧바로 시작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오는 2024년 주간사 선정 비딩(경쟁 입찰)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체투자(해외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선순위론에 들어가기 위한 커버넌트(재무약정) 조건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유지인데, 금리 인상기에서 이 비율을 유지하기 어려워 국내 다수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며 “결국 일임 받은 기금의 투자 수익률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해촉 위기 및 투자풀 진출 사업자 확대 가능성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부를 키우고 있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에선 내심 기대감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OCIO 시장에서도 메인 이벤트는 연기금 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증권사가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OCIO 판도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해외 부동산 문제로 대체투자 수익률이 저하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촉 또는 기재부 경고 사유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